RE100 15년 뒤처진 한국, 반도체·AI 산업 타격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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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결핍이 반도체, AI 산업에 포모(고립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재생에너지 보급이 늦어 산업 경쟁력 훼손이 예견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이나 EU 수준의 강력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경ESG] 이슈
한국이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반도체,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이 같은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지난 8월 14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3년 기준 9.64%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평균 30.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49%, 아시아 평균 26.73%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저자인 김채원 IEEFA 한국담당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실태는 해외 선진국이나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격차가 심각하다”며 “이는 공급망의 환경적·사회적책임,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지속가능성 공시기준(IFRS S), 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니셔티브(RE100), 녹색금융 확산 등 탄소 관련 규제 및 이니셔티브가 강화되고 있어 반도체, AI 등 한국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점차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신재생 에너지 후진국...RE100 15년 뒤처져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의 21.6%, 2038년까지 32.9%로 늘리기로 했다. 김 연구원은 “이는 한국이 ‘신재생에너지 30%’를 이미 달성한 국가보다 15년 뒤처졌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제11차 전기본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기존 방향을 유지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인 LNG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발전을 통해 늘어나는 반도체 및 인공지능 부문의 전력 수요를 충당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제10차 전기본에서 LNG 발전 비중을 2036년까지 9.3%로 줄인다고 한 데 반해 제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 11.1%로 줄이기로 해 기존 LNG 발전 감축 기조에서도 한 발짝 물러섰다. 보고서는 한국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LNG 발전을 지양하고 신재생 발전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이 약속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면 향후 늘어나는 반도체 클러스터 및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사회는 신재생에너지를 3배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지키면 한국은 2030년에 2023년 대비 11만3434GWh에 달하는 발전 순증가분을 기록하게 된다. 산자부가 제11차 전기본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등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안해 제시한 수요 증가분 5만3168GWh를 상회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LNG 활용, 규제 회피하기엔 부적합
김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구매자는 공급망 내 기업의 탄소집약도를 매우 중시하므로 탄소배출이 낮은 반도체 생산업체를 점점 더 선호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 산업인 만큼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한 탄소절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SK E&S, 한화에너지, 포스코 인터내셔널, GS E&R, 한양 등은 자가소비를 위한 LNG 발전 신규 허가를 신청했다. 이는 4700MW에 달하는 대규모 전력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AI 데이터센터 및 각종 산업공단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한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규 전력을 자회사인 SK E&S의 LNG 발전을 통해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도 RE100 달성을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LNG 열병합발전소에서 전력이 아닌 열원만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산업부가 SK하이닉스와 SK E&S 중부발전이 공동으로 추진한 해당 발전소 사업을 승인했는데, 전기와 열을 모두 공급받을 계획을 수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RE100 캠페인의 영향은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나, CBAM 및 IFRS S2 등의 규제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팹리스, 재생에너지 선호하면 타격 불가피
보고서는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을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는 것은 SK하이닉스의 RE100 목표 달성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RE100 가입 회원사 중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의 팹리스(Fabless) 업체들이 미국의 탄소 관련 규제 강화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팹(Fab) 업체를 선호할 경우 문제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유럽의 CBAM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 탄소집약도가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며, 향후 LNG에 부과될 탄소세는 LNG 기반 전력 생산 및 구매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공급망 및 가치사슬 전반의 탄소배출을 공시해야 하는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가 확대될 경우, 전방산업 반도체 구매업체는 물론 후방산업 원료 공급업체까지 고탄소배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한국은 반도체 클러스터 및 AI 데이터센터의 늘어나는 전력을 구실로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을 고수하고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COP28에서 선언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3배’ 공약을 신속히 이행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처럼 에너지 안보 및 산업경쟁력 확보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전방위적으로 아우르는 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채원 수석연구원은 “극심한 신재생에너지 결핍을 해소해 글로벌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포모(고립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3년 기준 9.64%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평균 30.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49%, 아시아 평균 26.73%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저자인 김채원 IEEFA 한국담당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실태는 해외 선진국이나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격차가 심각하다”며 “이는 공급망의 환경적·사회적책임,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지속가능성 공시기준(IFRS S), 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니셔티브(RE100), 녹색금융 확산 등 탄소 관련 규제 및 이니셔티브가 강화되고 있어 반도체, AI 등 한국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점차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신재생 에너지 후진국...RE100 15년 뒤처져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의 21.6%, 2038년까지 32.9%로 늘리기로 했다. 김 연구원은 “이는 한국이 ‘신재생에너지 30%’를 이미 달성한 국가보다 15년 뒤처졌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제11차 전기본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기존 방향을 유지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인 LNG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발전을 통해 늘어나는 반도체 및 인공지능 부문의 전력 수요를 충당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제10차 전기본에서 LNG 발전 비중을 2036년까지 9.3%로 줄인다고 한 데 반해 제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 11.1%로 줄이기로 해 기존 LNG 발전 감축 기조에서도 한 발짝 물러섰다. 보고서는 한국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LNG 발전을 지양하고 신재생 발전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이 약속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면 향후 늘어나는 반도체 클러스터 및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사회는 신재생에너지를 3배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지키면 한국은 2030년에 2023년 대비 11만3434GWh에 달하는 발전 순증가분을 기록하게 된다. 산자부가 제11차 전기본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등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안해 제시한 수요 증가분 5만3168GWh를 상회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LNG 활용, 규제 회피하기엔 부적합
김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구매자는 공급망 내 기업의 탄소집약도를 매우 중시하므로 탄소배출이 낮은 반도체 생산업체를 점점 더 선호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 산업인 만큼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한 탄소절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SK E&S, 한화에너지, 포스코 인터내셔널, GS E&R, 한양 등은 자가소비를 위한 LNG 발전 신규 허가를 신청했다. 이는 4700MW에 달하는 대규모 전력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AI 데이터센터 및 각종 산업공단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한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규 전력을 자회사인 SK E&S의 LNG 발전을 통해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도 RE100 달성을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LNG 열병합발전소에서 전력이 아닌 열원만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산업부가 SK하이닉스와 SK E&S 중부발전이 공동으로 추진한 해당 발전소 사업을 승인했는데, 전기와 열을 모두 공급받을 계획을 수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RE100 캠페인의 영향은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나, CBAM 및 IFRS S2 등의 규제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팹리스, 재생에너지 선호하면 타격 불가피
보고서는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을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는 것은 SK하이닉스의 RE100 목표 달성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RE100 가입 회원사 중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의 팹리스(Fabless) 업체들이 미국의 탄소 관련 규제 강화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팹(Fab) 업체를 선호할 경우 문제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유럽의 CBAM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 탄소집약도가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며, 향후 LNG에 부과될 탄소세는 LNG 기반 전력 생산 및 구매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공급망 및 가치사슬 전반의 탄소배출을 공시해야 하는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가 확대될 경우, 전방산업 반도체 구매업체는 물론 후방산업 원료 공급업체까지 고탄소배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한국은 반도체 클러스터 및 AI 데이터센터의 늘어나는 전력을 구실로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을 고수하고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COP28에서 선언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3배’ 공약을 신속히 이행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처럼 에너지 안보 및 산업경쟁력 확보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전방위적으로 아우르는 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채원 수석연구원은 “극심한 신재생에너지 결핍을 해소해 글로벌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포모(고립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