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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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에 전투기 및 드론을 활용한 무력 공방이 오간 가운데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다. 협상 실무진이 당분간 남은 문제와 세부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카이로에 남아있기로 해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백악관은 확전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로 결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25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벌였다. 로이터는 이날 이집트 소식통을 인용해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 휴전 협상에서 타협안이 제시되었으나 하마스나 이스라엘 모두 이 타협안을 수락하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상의 쟁점은 가자의 남쪽 국경을 따라 있는 14.5㎞ 길이의 지대에 있는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의 주둔 여부였다. 이집트 접경 지역인 이곳은 가자지구로 무기 탄약 등이 드나드는 곳으로 특히 하마스가 이집트를 통해 무기를 몰래 들여오는 핵심 통로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이곳에 주둔하려 했지만 이와 관련해서 하마스 측에서 격렬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이스라엘군 주둔 대신 다른 대안들을 여러 개 제시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협상안을 거부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이스라엘에 요구했지만 이 또한 협상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석방될 경우 가자 지구를 아예 떠날 것을 요구했고, 하마스는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마스 대변인인 오사마 함단은 이날 하마스의 알-아크사 TV에서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군대를 철수하기로 한 약속을 철회하고, 휴전이 시작되면 가자 북부로 돌아오는 피난민들을 심사하는 등의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합의된 것을 철회하거나 새로 조건을 더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 회랑 주둔과 귀환 피란민 검문 방침은 이스라엘이 지난 5월 제시한 휴전안에는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은 내용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에 새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대표단은 이날 카이로를 떠나면서도 영구적인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를 거듭 강조했다.

미국 “회담 건설적”

미국은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CNN에 “카이로에서 회담은 건설적이었다”며 “이 과정은 실무그룹을 통해 남은 문제와 세부 사항을 추가로 해결하기 위해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재개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캐나다를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우리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중동 분쟁이 역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며, 확전을 피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군 자산을 이동 배치하고 집중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스라엘 파트너와 지속해서 접촉하면서, 그들과 우리의 상황 평가를 공유하고 최대한 긴밀하게 공조하려 한다는 점”이라면서 "또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위협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하마스 정치지도자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해왔다. 이스라엘군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있었던 이날 대규모 미사일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전면전 발발 우려를 높인 상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