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중견작가들의 '3인 3색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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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기획전 'IMA 픽스 2024'
광화문 광장 남쪽 끝 세종대로 사거리에 자리잡은 일민미술관. 이곳에서 자주 만나보기 힘들었던 중견작가 3인의 작품 세계가 펼쳐졌다. 김민애, 백현진 그리고 차재민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 'IMA 픽스 2024'에서다. 3명의 작가가 신인 시절을 지나 중견 작가가 되는 동안 일관되게 지켜 온 작품 세계와 예술적 도전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일민미술관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기간 동안 단순히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작가를 소개하는 대신 미술시장 혹은 기성 갤러리와 크게 인연이 닿지 않았던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각 작가에게 한 층을 통째로 내어주며 넓은 공간에 자유롭게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일민미술관 1층, 채광이 가득 들어찬 미술관 로비 옆에는 '암흑 세계'가 열렸다. 커튼을 열고 들어서면 차재민이 선보이는 30분 길이의 대형 영상작품을 깜깜한 블랙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2018년 선보인 개인전 이후 6년 만에 여는 국내 개인전이다. 2022년 리움미술관이 우수한 신진 작가를 선발해 수상하는 '아트스펙트럼 2022'에서 작가상을 받은 후 여는 첫 번째 전시다.
차재민은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발견하고 그 곳에 직접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영상매체로 만든다. 작업 초기에는 난개발과 소외된 노동 현장 등 사회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며 차갑고 날선 시선을 영상에 담아냈다. 2년 전부터 차재민의 영역은 '개인'으로 확장됐다. 인간의 질환, 감정 등 개인이 가진 문제와 어려움 등으로 작업을 확장했다. 따뜻한 색감의 영상을 만든 것도 이때부터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영상작품에서도 따뜻한 색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아냈다. 빈 집에 놓인 과일, 채소 등 음식들이 썩어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나레이션으로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냈다.
블랙룸 바깥에는 영상을 찍기 전 구상 단계에서 그렸던 드로잉을 선보인다. 영상에 나오는 썩어들어가는 음식의 형태를 브론즈로 변환한 조각도 나왔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오랜 기간 작업을 이어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견 작가에 접어든 스스로에 대한 고찰, 죽음과 인생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음악가와 배우로 대중에 잘 알려진 백현진의 '회화 세계'도 2층에서 펼쳐진다. 음악, 연기 등 다른 예술 영역에 묻힌 '회화작가 백현진'의 정체성을 조명하는 전시다. 그는 매일 출근하듯 작업실을 찾아 성실히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20여 년 동안 회화를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형 회화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2019년도에 처음으로 추상화를 그린 걸 시작으로 어떻게 그의 추상이 발전했는지에 주목한 구성이다. 전시 주제인 '라운지'에 맞게 작가 스스로가 머물고 싶은 라운지 공간을 직접 구성했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전시관 한쪽 벽을 모두 메운 대형 회화 신작이다. 세로 3m, 가로 27m 크기의 작품이다. 36점의 회화 조각을 합쳐 대형 작업을 완성했다. 이 작업의 규칙은 단 하나. '최소한의 움직임'이다. 한지 위에 계획 없이 자신의 움직임을 화폭에 기록하듯 그려냈다. 작품 앞에 가까이 다가가면 작가가 어떤 리듬으로 움직이며 그림을 그렸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가장 꼭대기층에 위치한 전시관에는 김민애의 작품이 놓였다. 흔히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옥상의 모습을 미술관 안으로 들여왔다. 3단 계단에 관객이 직접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다세대 주택의 옥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 펌프, 비둘기 등의 오브제가 놓였다.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가 되는 미술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서커스를 관람하듯 '내려다보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풀어냈다. 한쪽에는 자신의 기존 작업을 해체해 다시 설치한 '비밀의 방'을 만들었다. 스스로의 작업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서다. 개인전에 내놨던 조각 작품을 모두 해체시킨 후 미술관 공간에 맞게 재구성했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이번 전시는 일민미술관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기간 동안 단순히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작가를 소개하는 대신 미술시장 혹은 기성 갤러리와 크게 인연이 닿지 않았던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각 작가에게 한 층을 통째로 내어주며 넓은 공간에 자유롭게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일민미술관 1층, 채광이 가득 들어찬 미술관 로비 옆에는 '암흑 세계'가 열렸다. 커튼을 열고 들어서면 차재민이 선보이는 30분 길이의 대형 영상작품을 깜깜한 블랙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2018년 선보인 개인전 이후 6년 만에 여는 국내 개인전이다. 2022년 리움미술관이 우수한 신진 작가를 선발해 수상하는 '아트스펙트럼 2022'에서 작가상을 받은 후 여는 첫 번째 전시다.
차재민은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발견하고 그 곳에 직접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영상매체로 만든다. 작업 초기에는 난개발과 소외된 노동 현장 등 사회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며 차갑고 날선 시선을 영상에 담아냈다. 2년 전부터 차재민의 영역은 '개인'으로 확장됐다. 인간의 질환, 감정 등 개인이 가진 문제와 어려움 등으로 작업을 확장했다. 따뜻한 색감의 영상을 만든 것도 이때부터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영상작품에서도 따뜻한 색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아냈다. 빈 집에 놓인 과일, 채소 등 음식들이 썩어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나레이션으로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냈다.
블랙룸 바깥에는 영상을 찍기 전 구상 단계에서 그렸던 드로잉을 선보인다. 영상에 나오는 썩어들어가는 음식의 형태를 브론즈로 변환한 조각도 나왔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오랜 기간 작업을 이어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견 작가에 접어든 스스로에 대한 고찰, 죽음과 인생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음악가와 배우로 대중에 잘 알려진 백현진의 '회화 세계'도 2층에서 펼쳐진다. 음악, 연기 등 다른 예술 영역에 묻힌 '회화작가 백현진'의 정체성을 조명하는 전시다. 그는 매일 출근하듯 작업실을 찾아 성실히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20여 년 동안 회화를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형 회화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2019년도에 처음으로 추상화를 그린 걸 시작으로 어떻게 그의 추상이 발전했는지에 주목한 구성이다. 전시 주제인 '라운지'에 맞게 작가 스스로가 머물고 싶은 라운지 공간을 직접 구성했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전시관 한쪽 벽을 모두 메운 대형 회화 신작이다. 세로 3m, 가로 27m 크기의 작품이다. 36점의 회화 조각을 합쳐 대형 작업을 완성했다. 이 작업의 규칙은 단 하나. '최소한의 움직임'이다. 한지 위에 계획 없이 자신의 움직임을 화폭에 기록하듯 그려냈다. 작품 앞에 가까이 다가가면 작가가 어떤 리듬으로 움직이며 그림을 그렸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가장 꼭대기층에 위치한 전시관에는 김민애의 작품이 놓였다. 흔히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옥상의 모습을 미술관 안으로 들여왔다. 3단 계단에 관객이 직접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다세대 주택의 옥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 펌프, 비둘기 등의 오브제가 놓였다.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가 되는 미술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서커스를 관람하듯 '내려다보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풀어냈다. 한쪽에는 자신의 기존 작업을 해체해 다시 설치한 '비밀의 방'을 만들었다. 스스로의 작업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서다. 개인전에 내놨던 조각 작품을 모두 해체시킨 후 미술관 공간에 맞게 재구성했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