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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최근 시니어 주택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직접 투자 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버 주택 사업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시니어 주거상품 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건설사도 있다.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시니어 전용 IoT(사물인터넷) 서비스 개발까지 하는 곳까지 등장했다. 시니어 수요층의 소비 여력이 향후 주거시장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형사 '시니어 사업' 본격 투자
국내 주요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최근 '시니어 상품'에 주목하며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늘어나는 노령 인구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주민등록 인구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85만8810명으로 파악됐다. 전년보다 46만명 늘어난 규모로 전체 인구의 19.0%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그동안은 개별 사업자 또는 중소·중견사들이 시니어 주택 사업에 참여했다. 최근 시니어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등장할 거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가운데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 사업에 활발한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부터 고령 인구 증가와 시니어 수요층의 소비 여력을 눈여겨보고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그 일환으로 추진되는 1호 사업이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다. 26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지하 6층~지상 14층 규모 노인복지주택 214가구(임대)를 올해 안에 지을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 2022년 7월 엠지알브이와 이지스자산운용, 신한은행, 우리자산신탁 등이 참여한 은평진관동피에프브이(PFV)에 건설투자자(CI)로 참여했다. 관련 지분은 29.9%다. 지난 1월엔 2호 사업인 '용인 프로젝트'를 위해 DSD삼호 계열의 자회사인 시행사 시원과 시공계약을 맺었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 용인 수지구 고기동 일대에 지하 8층~지상 15층, 분양형 713가구, 임대형 179가구 등 총 892가구 규모 시니어 레지던스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연내 착공 및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핵심 소비주체로 떠오른 베이비붐 세대(1950~1960년생)들의 소비 수요가 늘면서 레지던스 사업 기회도 무궁무진해질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요 건설사들, 실버 주택 사업 '역점'
다른 주요 건설사들도 올해 들어 주요 사업 역점 분야 중 하나로 '실버 주택'을 꼽으며 워밍업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실버주택 특화'를 추진하고 있다. 시니어 프리미엄 레지던스, 실버타운 등의 노인복지주택 상품을 다각도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시니어하우징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정하고 자체사업과 컨소시엄으로 각각 추진하고 있다. 자체 사업인 약 4조5000억원 규모 '서울 광운대역 역세권 복합개발사업(H1프로젝트)'에도 오피스, 호텔, 상업시설 등과 함께 실버타운 격인 웰니스(건강관리) 레지던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총사업비 2조4040억원 규모의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 개발사업에도 참여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은 KT&G, 하나은행, 우미건설, 액트너랩, 하나자산신탁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니어 클러스터를 건설할 계획이다.이밖에 롯데건설도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에 내년 입주를 목표로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를 짓고 있다.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총 810가구 규모로 내년 10월 입주 예정이다. 건설사업 관리(CM) 기업인 한미글로벌의 자회사인 한미글로벌디앤아이도 내년 3월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총 115가구의 도심형 시니어 주택 '위례 심포니아'를 공급한다. 개발사들도 시니어 사업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대형 부동산 개발사인 엠디엠그룹은 화성 동탄에 2조원 규모의 시니어타운을 짓는다.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화성동탄2 택지개발사업지구 의료복지시설용지에서 진행될 '헬스케어 공모·상장 리츠(REITs)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엠디엠플러스를 선정했다. 시니어주택은 국내 최대인 총 2550호 규모로 조성된다. 현관 무단차 슬로프나 미끄럼방지 타일, 슬라이딩 도어 등 입주자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적용되며, 헬스케어·컨시어지 등 주거 서비스도 제공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니어 주택 사업을 이미 시작한 곳도 있고 아직 준비하고 있는 회사도 있지만 (시니어 주택 사업이) 대세로 점차 부각되고 있다"며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을 비롯해 실버스테이(민간임대), 고령자 복지주택(공공임대) 등과 의료복합단지, 시니어 관련 시설 등 참여 분야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존 주택에 접목할 시니어 서비스까지 개발
건설업계는 단순히 시니어 레지던스 건설 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 등에 접목할 수 있는 각종 시니어 주거 서비스 관련 상품기획까지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신한금융그룹 신한라이프의 시니어 헬스케어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니어 레지던스 관련 상품기획과 기술, 서비스, 운영 분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치다. 두 회사는 향후 관련 주거 모델 개발 및 공모사업 등을 위한 공동투자·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 미국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과 마크로젠 등 생명공학ㆍ유전자 검사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유전자 분석과 연계한 최첨단 헬스케어 서비스 기반을 구축해 입주민 건강 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대우건설은 노령층의 편의를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개발해 일반 아파트에 적용할 방침이다. ‘고령자 배려요소’를 옵션화하거나 초고령사회 수요맞춤형 평면 등 ‘평생거주’를 목표로 한 주거상품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초 시니어 주거상품 개발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2명 채용해 상품개발팀에 배치했다. 지난 4월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 ‘AiQ스마트케어’를 내놓았다. ‘AiQ스마트케어’는 집에 홀로 있을 때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입주자의 현재 상태 등 응급상황 정보를 자동으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달하는 기능이다. 목에 걸 수있게 고안돼 침대나 휠체어 이동시에도 가스잠금, 난방, 조명 등 가전기기 제어가 가능하다.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에도 관련 노령층을 겨냥한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기반 상품과 서비스를 선별 도입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며 "시니어 인구 증가만큼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맞춤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니어 관련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내년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합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