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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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선거 캠프가 최근 미디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이자 흑인 혼혈인 탓에 평소처럼 인신공격을 했다간 역효과만 난다고 만류하는 참모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의 팀이 모든 인력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11월을 향한 총력전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략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한 후 트럼프가 급변한 정치적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로이터통신은 "이번 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대 후보에 대한 개인적 공격 대신 정책 문제에 집중했지만 해리스의 그늘에 가려졌다"고 평가했다. 외교 정책, 경제, 범죄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의 멕시코 음식점에서 웨이터의 팁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한 뒤 해리스 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해리스)는 표절꾼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변덕쟁이"라며 "불과 보름 만에 공산주의자에서 자본주의자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리스의 인종이나 외모, 흑인과 인디언의 유산, 지능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벤스 부통령 후보가 최근 나이 든 여성을 '자식 없는 캣 레이디'로 조롱해 비판을 불러일으킨 마당에 인신공격 발언은 역풍을 불러올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는 그러나 경제 분야와 외교, 의료, 감세 등 정책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자신이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주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로 장소를 옮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인신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고문들의 부탁을 더는 들어줄 수가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CNN에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78세이고, 결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이번 주부터 강행군에 돌입할 예정이다. 월요일 디트로이트 연설을 시작으로 목요일엔 미시간으로 이동해 유세 행사를 한 후 그날 저녁 위스콘신에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정을 늘린 것은 해리스가 바이든을 대신해 민주당의 선두에 선 이후 민주당의 인기가 높아진 데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의 상대가 인기 없는 81세 현직자였을 때와 달리 해리스와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가 엄청난 군중을 끌어모은 탓에 (전략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