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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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작 알뜰폰 안 했는지 모르겠어요. 체감상 이통(이동통신) 3사 혜택보다 훨씬 이득인 듯합니다."

15년 이상 통신3사 요금제를 써왔다는 취업준비생 최아리 씨(28)는 알뜰폰을 쓰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최 씨는 "통신사 혜택이 다양한 건 인정하지만, 어차피 집순이(집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라 카페나 베이커리 할인만 아주 가끔 쓴 게 다여서 알뜰폰으로 갈아타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윤정 씨(27)도 "통신3사 요금제를 오래 써왔는데 무제한 요금제나 데이터를 많이 쓰는 요금제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늘 3만~4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했다. 그런데 매번 데이터가 부족해 거의 매달 추가 요금을 냈다"며 "같은 요금으로 알뜰폰에선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 갈아타려 한다"고 했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6월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929만663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0만6588명 늘었다.

알뜰폰 영향력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 알뜰폰이 전체 무선 서비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5%에 달해 이통3사의 점유율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매월 이통3사에서 10만명가량 알뜰폰으로의 이탈이 발생하는 추세로 추산되는데, 이러한 속도라면 내년 상반기 중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드라이브에 이통 3사가 중저가형 5G 요금제를 속속 내놓으면서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의 환승 가입자 수는 잠시 주춤한 바 있다. 5G와 LTE 단말 간 요금제 호환이 가능해지고, 알뜰폰 유입을 이끈 '0원 요금제'가 축소돼 입지가 좁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3분기 신형 단말기 출시를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찾았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더블6의 사전 판매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플래그십 단말기가 출시될 경우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자급제(단말기+알뜰폰 요금제)'로 휴대폰을 개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가입자 수는 전월보다 13% 늘어난 7만8117명을 기록했다.

알뜰폰으로의 이동은 예전과 달리 20~30대 중심으로 확대됐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고금리·고물가 이중고를 겪는 젊은층이 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뛰어난 요금을 택하는 추세로 보인다. 알뜰폰 요금제 비교·분석 플랫폼 ‘모두의 요금제’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방문자 데이터 분석 결과 20대와 30대 비중이 각각 35%, 33%에 달했다.

실제 이통3사에서 중저가 요금제인 5G 2~3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면 6GB~15GB의 데이터가 제공된다.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8GB보다 적은 수치다. 비슷한 가격대로 알뜰폰 LTE 요금제에 가입하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이통3사에만 집중됐지만 정부가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 사업자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업계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며 "이통3사의 중저가형 요금제가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소위 '가성비'와 '합리'를 따지는 요즘 소비 기조를 볼 때 알뜰폰 가입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