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해상병원 홈페이지
사진=해상병원 홈페이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양재웅(42)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방치돼 있던 환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사건에 연루된 의료진들을 상대로 이번 주 중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 새벽 서울 신길동 해상병원 안정실(격리실)에 입원해 있던 박재구씨(58)가 집중 관찰 도중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평소 고혈압, 우울증을 앓으면서 약물을 복용해 왔고, 음주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망 전날인 18일 손목을 긋는 방식으로 자해했고,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동행하에 인근 적십자병원 응급실에서 봉합 처치를 받은 박씨는 경찰 의뢰로 같은 날 오후 10시께 정신건강의학과 해상병원에 입원 조치됐다. 박씨가 경찰에 신고할 때부터 입원하기까지 유족은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씨가 숨을 거둔 건 그로부터 약 8시간 후인 다음 날 새벽 6시 19분께였다. 그는 엎드린 채 병상 머리맡과 벽 사이에 상반신이 끼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의료진이 격리실 밖 복도로 박씨를 빼낸 뒤 심장 마사지 등을 시행했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상병원 의료진은 박씨가 안정실(격리실)에 머무는 동안 1시간마다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등 집중 관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은 격리실 CCTV 영상 내용이 병원에서 남긴 의무 기록 처치 내역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한다.

가령 의료진은 19일 오전 1시 30분까지 박씨의 경과를 관찰했다고 기재했으나, CCTV 영상을 보면 18일 오후 11시 36분께 보호사가 격리실을 찾은 이후 다음 날 새벽까지 수 시간 동안 환자에 대한 케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씨가 안정실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는 등 의료진을 계속해서 호출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량의 안정제를 맞은 박씨는 몸이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끼인 상태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3시간 30분가량 방치돼 있었다.

19일 오전 6시께 박씨의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은 박씨를 빼내 격리실 밖 복도에 눕혔다. 유족은 해당 조치 직후 의료진이 심폐소생술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진은 박씨를 빼내기 직전 119에 신고했는데, 당시 박씨의 호흡이 있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시반(시체에 나타나는 얼룩) 형성, 턱관절 강직 등 사망에 준하는 증상을 확인했다고 한다. 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선 감정서에 사인을 “불명”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병원의 부적절한 의료 조치가 박씨를 사망으로 내몰았는지 경찰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번 주 중 영등포경찰서에 의료진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해상병원 관계자는 유족 측 대응에 대한 입장을 묻자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양재웅이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30대 여성 A씨가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던 바 있다. A씨 유족은 양재웅을 비롯한 의료진 6명을 부천원미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양재웅은 “향후 진행될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성실하게 임하고 의학적, 법적 판단에 따라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달 중 이 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