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한 달 새 40원 뚝…"대한항공·한국전력 등 주목"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사이 40원 넘게 떨어지면서(원화 강세)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항공·음식료·전력·가스주 등에는 호재지만 반도체 기계 등 수출주에는 악재란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은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49% 오른 2만2650원에 마감했다. 지난 5일 저점(1만9900원)에서 13.82% 상승했다. 이날 약세장 속에서도 티웨이항공(7.28%), 제주항공(5.아시아나항공(3.21%) 등 항공주들은 강세를 나타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지난달말 1385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21일 1332원대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하락하면 항공사들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유 구매 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대한항공은 약 35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0억원의 환차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에 대해 “3분기 성수기 시즌에 따라 여객 매출이 상승하고 화물 운임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4% 늘어난 6210억원으로 전망했다.

원화 강세는 천연가스 석유 등 연료를 수입하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삼천리 등 에너지 기업들에도 호재다. 한국전력은 이날 4.25% 뛴 2만21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5거래일 간 15% 급등했다.

음식료주도 중장기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밀 콩 설탕 등 원자재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다. 원료 의존도가 다른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이 수혜주로 거론된다.

개인투자자들은 환율 반등에 베팅했다. 개인은 이달들어 23일까지 'KODEX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와 'KODEX 미국달러선물'을 각각 22억500만원, 6억1600만원 어치 순매수했다. 달러 선물 지수의 수익률을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ETF다.

증권가에서도 원화 강세가 단기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규원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 증가율은 기저효과로 인해 4분기로 갈수록 낮아지고, 수입 증가율은 두 자릿수 대로 오를 것”이라며 “국내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원화 강세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