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호텔, 문만 닫혔어도...불법 방화문 의혹
7명의 사망자가 나온 부천 호텔 화재 사건과 관련, 불이 시작된 객실 출입문에 자동 닫힘 장치인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대장상 이 호텔의 객실문은 방화문 역할도 해야 하는데 자동 닫힘 장치가 없었던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천시와 부천소방서에 따르면 화재가 난 호텔의 객실 출입문은 2004년 준공 당시 방화문으로 시공됐다고 건축 대장에 적혔다. 방화문은 불이 났을때 화염이나 연기가 확산하지 않도록 막는 문이다.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방화문은 방화 기능을 하기 위해 언제나 닫힌 상태를 유지하거나 화재로 인한 연기·불꽃을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당시 규정상 방화문은 갑종과 을종으로 구분되는데 이 호텔 객실 문은 상대적으로 방화 성능이 좋은 '갑종 방화문'이었다.

그러나 불이 난 810호(7층) 객실의 출입문은 화재 당시 활짝 열려 있었다. 810호에 배정받은 투숙객이 "에어컨 쪽에서 '탁탁'하는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난다"며 호텔 직원에게 객실 변경을 요청하면서 밖으로 나온 후 문이 다시 닫히지 않았던 것이다.

불이 났을 당시 출입문이 다시 닫혔다면 객실 내부만 타고 인명피해 없이 화재가 진화될 수도 있었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현장 확인 결과 810호 객실에는 자동개폐장치인 '도어클로저'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런 장치가 없다 보니 투숙객이 문을 열고 나갔으나 다시 닫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불이 난 객실의 문을 닫고 나왔으면 괜찮은데 문을 열고 나오면서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됐다"고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호텔 측이 불법으로 도어클로저를 제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화문은 평상시에 닫아놓거나 열더라도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며 "이는 호텔 준공 시점인 20년 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규정으로 도어클로저가 없다면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에 설치됐던 장치를 호텔 측이 고장이 났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아예 떼버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숙박업소에서는 청소할 때 문을 열어놓기 위해 도어클로저를 제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각 호텔 객실은 내화구조로 시공해야 하므로 하나의 방화구획으로 봐야 하고 이곳에 설치된 방화문은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호텔 각층의 계단과 연결되는 출입문은 방화문으로 시공해야 하고 도어클로저 설치도 의무화돼 있다"며 "객실 출입문은 건축 대장에 방화문으로 기재가 돼 있으나 도어클로저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불법 방화문'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방화문과 관련해 호텔 측의 위법 사항이 있는지 관계 법령을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천 중동에 위치한 이 호텔에서 지난 22일 오후 7시 34분 화재가 발생해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19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