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6주 연속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파트 전·월세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물량이 20% 넘게 쪼그라들었다.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는 다음달엔 수도권 입주 물량이 이달에 비해 반토막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와 오피스텔 공급이 적고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뿐 아니라 인접 지역으로 전세 수요가 확산하면서 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곧 가을 이사철인데…전셋집 찾기 더 어렵네

심화하는 전세 품귀 현상

2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이날 기준 2만6680가구로 조사됐다. 3개월 전보다 7.8% 감소한 수준이다. 월세 물량은 같은 기간 13.4% 줄어든 1만4895가구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의 전·월세 물량은 올해 들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전세와 월세는 각각 23.3%, 26.3% 줄어든 셈이다.

지역별로는 학군지 목동이 있는 양천구 전세 물량이 809건에서 531건으로 석 달 새 34.4% 줄었다. 이어 종로구(-34.1%) 중랑구(-27.2%) 강남구(-25.3%) 등의 순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월세 물량은 동작구(-35.9%) 중랑구(-35.7%) 중구(-29.1%) 등에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아파트 전셋값은 1년 넘게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2% 오르며 66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주(0.19%)보다 오름폭도 확대했다.

전세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 ‘목동센트럴 푸르지오’ 전용면적 110㎡는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보증금 17억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목동성원’ 전용 84㎡도 이달 보증금 10억8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직전 거래가(9억2000만원, 지난 2월 계약)보다 1억6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종로구 ‘경희궁자이’ 전용 117㎡ 역시 최근 신고가인 16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맞이했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한여름에도 전세 손님이 꾸준히 많았다”며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최근 전세 물량은 손에 꼽힐 정도”라고 말했다.

전세 시장 불안 지속될 듯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다음달엔 수도권 입주 물량이 많이 감소해 전세 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에서 2만3438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이달 전국 입주 물량(3만169가구)과 비교하면 77.6%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입주 단지가 많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음달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입주 물량은 9729가구에 불과해 이달(1만9092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경기 입주 물량 감소 폭이 크다. 다음달 경기 입주 물량은 이달(1만5020가구)보다 70.8% 쪼그라든 4384가구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과 서울은 각각 3081가구, 2264가구가 입주민을 맞이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실 랩장은 “다음달 수도권 입주 물량이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 새 아파트 공급에 따른 전세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입주장에서도 가격대가 낮은 물량이 적은 편이어서 전세시장 공급 부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연내 전세자금 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전세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세 물량을 월세로 전환하거나 서울 인접 지역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확대할 것이란 얘기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전셋값은 주춤할 수 있지만 금리라는 변수를 간과해선 안 된다”며 “하반기 금리가 내려가면 고가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한명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