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인재 확보 수단인 ‘스톡옵션’을 둘러싼 기업과 임직원 간 법정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상법상 ‘주식매수선택권’으로 불리는 스톡옵션은 직원이 일정 기간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소속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주가 상승으로 스톡옵션 가치가 급등하자 기업은 지급을 꺼리고 임직원은 권리를 주장하는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양측은 스톡옵션 취소 사유의 정당성, 행사 요건 충족 여부, 근속 기간 요건 등을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스톡옵션 시한폭탄’ 떠안은 신라젠

코스닥시장 상장사 신라젠은 전 임원과의 6년간 스톡옵션 분쟁에서 최종 패소했다. 초기에 3억원대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결국 배상금이 57억원대로 불어났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신라젠이 전 임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 이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젠은 당시 전무이사 A씨에게 7만5000주의 스톡옵션(주당 행사가 4500원)을 부여했다가 이듬해 취소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심에서 승소했지만, 회사는 주식 인도를 미뤘다. 2019년 항소심은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면 5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신라젠 주가는 10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폭락했다. 현재 주가는 3000원 수준이다. 회사는 뒤늦게 7만5000주를 A씨 앞으로 공탁하고 강제집행 이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주식 인도 집행이 불가능해 57억원의 금전채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신라젠 사례는 기업의 스톡옵션 미이행의 위험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며 “법원이 스톡옵션 이행 거절 당시 주가로 손해액을 산정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스톡옵션 취소의 정당성 논란도

스톡옵션 분쟁은 주로 회사가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을 취소하면서 발생한다. 대부분 해고, 징계 등 근로 문제와 연계돼 ‘근로관계 소송’으로 비화하는 추세다.

안마의자 제조기업 바디프랜드는 개인 비위 행위로 해고한 임원에게 지급하기로 한 스톡옵션을 주지 않았다가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지난 4월 개인 비위 행위가 있었더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친 건 아닌 만큼 회사가 계약상 주기로 한 스톡옵션을 줘야 하고, 손해배상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계약상 취소 사유가 명시됐다면 경징계도 스톡옵션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경징계라도 계약상 취소 사유라면 스톡옵션 취소는 적법·유효하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회사 정관과 스톡옵션 계약 내용이 다를 때도 분쟁이 발생한다. 2018년 대법원은 한빛소프트 전직 임원 소송에서 “계약조항이 정관의 기본 취지나 핵심 내용을 해치지 않으면 유효하다”며 “계약으로 스톡옵션 행사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스톡옵션 분쟁이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만큼 계약 체결 시 취소 사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취소 절차를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성 법무법인 이제 변호사는 “스톡옵션 소송에서 주식 발행·인도 청구는 가집행이 불가능해 실제 주식 취득이 어려울 수 있어 손해배상 소송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다”며 “계약서 내용이 기본이지만 스톡옵션의 본질을 침해하는 내용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