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 임상에 나서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주도하는 GLP-1 비만약 시장이 2030년 135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기존 주사제뿐만 아니라 먹거나 붙이는 형태로 차별화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비만약 K바이오, 위고비에 도전장
26일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개발 중인 비만·당뇨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후속 임상 1상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유노비아는 지난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해당 약물의 임상 1상 후속 연구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9월부터 수행된 단일용량상승시험(SAD)에 이어 후속 임상인 다중용량상승시험(MAD)에도 나설 예정이다.

유노비아는 해당 약물을 먹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1주일마다 주사를 놔야 하는 현재 비만약보다 투약 편의성을 높여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프로젠과 디앤디파마텍도 마찬가지다. 유한양행 자회사 프로젠은 올해 6월 미국 라니테라퓨틱스와 먹는 비만약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5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디앤디파마텍은 3월 미국 멧세라에 먹는 비만약 등 다수 후보물질을 최대 1조500억원에 기술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비만약을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로 개발하기도 한다. 대원제약은 국내 바이오 기업 라파스와 공동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약 ‘DW-1022’를 개발하고 있다.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패치 형태로 만들어 투약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 1 굵기인 미세 바늘을 이용해 약물을 주입하는 기술이다. 연내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웅제약도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를 통해 패치제 형태의 GLP-1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주사제의 투약 주기를 늘려 투약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있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공동으로 장기 지속형 주사제 형태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투약 주기를 1주에서 1개월, 최장 3개월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인벤티지랩은 일정한 농도로 약물을 방출하는 플랫폼 기술을 기존 주사제 형태 비만약에 적용하기 위한 비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펩트론도 자체 개발한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를 적용한 1개월 장기 지속형 비만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비만약 시장 규모는 2030년 135조원으로 연평균 50%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약 역사상 유례 없는 성장 속도다. 이에 로슈,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도 앞다퉈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뛰어들며 점차 고도화되는 비만약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제형을 바꾸고 투약 주기를 늘리는 식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