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채집하는 예술가의 '듣는 그림'이 갤러리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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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개인전 ‘감각의 저장’
백아트에서 10월 12일까지
백아트에서 10월 12일까지

다만 소리는 대체로 ‘플럭서스’(FLUXUS·1960년대 탈장르 전위예술 운동)적 관점에서 활용돼 왔다. 미술에 다양성을 부여하지만, 본질적으론 시각 매체를 보조하는 수단이란 인식도 적잖다. 서울 화동 백아트에서 열린 김준(48) 개인전 ‘감각의 저장’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미술전시에 선보인 모든 작품의 주된 재료가 오롯이 ‘들리는 것’이라는 점에서다.

전시에는 10여 년간 김준이 강원도 일대, 뉴질랜드, 호주에서 만난 암석과 식물들이 내는 소리를 녹음한 작품들이 나왔다. 주요작인 ‘바람에 흐르는 음악’ 시리즈는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채집한 바람, 물, 나무 소리가 어우러졌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서울 한복판 갤러리 안에서 강원도 산골에 서 있던 작가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것. 갤러리 측은 “작품에 담긴 장소성은 관객의 주관적 상상과 경험으로도 전이된다”고 했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3개월간 체류하며 얻은 돌멩이들을 나무로 만든 펜듈럼 구조물 위에 얹은 ‘깊은 우물’ 시리즈도 재밌다. 돌을 두드려 만든 소리의 파동이 펜듈럼을 움직이는데, 돌의 종류에 따라 펜듈럼의 흔들리는 정도가 다르다. 돌마다 경도가 다른 만큼, 진동수도 제각각이라 서로 내는 소리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김준은 “소리 진동을 시각화했다”고 했다.

김준은 “청각적인 것도 시각으로 보여줄 수 밖에 없는 게 미술의 형태”라며 “갤러리라는 상업 공간에서도 작업의 특성을 살릴 수 있게 구조적으로 전시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