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 뒤 홀로 남은 고령자 곁을 지키는 건 반려 로봇과 병간호 로봇이 될 것이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반려 로봇과 병간호 로봇 시장의 성장성을 이렇게 확신했다. 저출생·고령화로 고령층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들을 돌볼 사람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반려 로봇은 이미 우리 곁에 들어왔다. 지난 9일 일본 후쿠오카 최대 전자제품 소매상인 ‘요도바시 멀티미디어 하카타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러봇(Lovot) 3.0’이었다.

러봇은 일본 스타트업 그루브엑스가 2019년 12월 개발한 반려 로봇이다. 머리에 카메라를 달고, 다리엔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했다. 만만찮은 가격(57만엔·약 520만원)에도 3년 동안 1만 대 넘게 팔렸다. 인공지능(AI)이 들어간 러봇은 홀몸 노인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상 행동을 감지하면 가족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낸다.

반려 로봇이 홀몸 노인의 건강 관리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확산 속도는 더 빨라졌다. 2022년 덴마크 올보르대 연구에 따르면 반려 로봇을 요양원 3곳에 시범 도입한 결과, 치매 고령자의 안정도가 증가했고 의사소통 능력도 개선됐다.

돌봄 로봇은 간병인 업무량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일본 기타큐슈시가 2021년 요양병원에 병간호 로봇을 시범 도입한 결과 간병인 업무 시간이 35% 줄었다. 허드렛일이 줄어들자 고령자와 대화하는 시간은 20%가량 늘었다. 간병 로봇은 일본 미국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요양병원이 대거 폐업하며 간호 인력이 40만 명 이상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간병 기능을 갖춘 반려 로봇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간병 로봇 개발·보급에 올해 3월 13억유로(약 2조원)를 편성하는 등 각국 정부도 반려 로봇 확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기타큐슈·후쿠오카=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