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장기 미제 민사재판이 지난해 전체 기록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지연이 ‘브레이크 없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다. 내년부터 법관 임용 최소 경력이 현재의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 젊은 판사 임용 절벽까지 겹치면 사상 최악의 재판 지연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법원의 민사본안 1심 장기 미제 사건은 8933건으로 집계됐다. 이미 작년 전체 건수(8816건)를 훌쩍 넘어 연간 기록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장기 미제 재판은 접수일로부터 2년6개월 동안 처리되지 않은 사건이다. 형사 1심 장기 미제 사건도 5년 전(2305건)의 두 배 가까운 4320건, 행정 1심은 1.6배 증가한 1017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내년부터 법관 임용의 최소 법조 경력이 5년에서 7년으로 상향되면 미제 재판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7년 이상 변호사·검사 경력의 우수 자원이 새내기 판사의 배석 업무까지 감내해가며 지원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