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본 규슈 사가현에 있는 한 오이 농가. 비닐하우스 문을 여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종일 내리쬔 뙤약볕은 온도계를 43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여기에서 일하는 농부들은 ‘정상 근무’ 중이었다. 모두 ‘로봇 농부’여서다.

일본 야스카와전기가 제작한 농업 로봇 ‘모토맨’은 오이넝쿨 사이를 누비며 쉴 새 없이 잔가지를 쳐냈다. 로봇팔에 장착된 카메라 센서와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오이의 발육 상태를 판단한 뒤 영양소를 빼앗아 가는 잔가지와 잎을 솎아냈다. 그 시간, 비닐하우스 주인은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모토맨은 오이가 다 자라는 10월 수확 작업에 투입된다.

야스카와전기 관계자는 “사람 10명이 두 시간 동안 할 일을 로봇 네 대가 30분 만에 끝낸다”며 “고령화 여파로 일손이 부족해진 일본에서 로봇 농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일손 부족의 해법으로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에 접어든 일본이 그렇다. 전체 농업 종사자의 43%가 75세 이상인 일본에선 로봇이 씨앗을 뿌리고, 잡초를 없애고, 열매를 따는 게 ‘뉴노멀’이 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선 ‘입는 로봇’이 고령 근로자의 힘이 돼주고 있다. 조끼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은 5㎏을 드는 힘으로 10㎏가량의 물건을 옮기는 마술을 부린다. 현대자동차 등 여러 기업이 공장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기타큐슈·사가=오현우/김형규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