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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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서민 금융 지원을 위해 내야하는 연간 출연금이 현행 보다 두배 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권이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보료는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31일 예금자보호법 일몰을 앞두고 극적으로 여야가 합의하면서 예보료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회 정무위는 법안심사 1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이 발의한 은행의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비율을 높이는 법안(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시켰다. 강준현·천준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 법안은 은행의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비율 하한을 금융위원회 시행령 개정안(가계 대출액의 0.035%)의 두 배인 0.07%로 높이는 내용이었다. 현행 출연 비율은 0.03%다.

여당은 은행권의 부담이 과도하다는 점을 들어 해당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야는 소위에서 합의로 이 비율을 0.06%로 높이는 안에 합의했다. 이 안이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은행권의 출연 비율이 현행 보다 두 배 높아지는 셈이다. 작년 은행권의 출연금은 1184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은행권은 연간 1000억원대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정무위는 이날 예금 보험료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시켰다. 31일 일몰 예정인 예금자보호법은 각 금융 업권별로 예보에 내는 예보료 비율을 정해놓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정착된 이 법안은 금융사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만들게 한 일종의 안전 장치다. 현행법상 업권별로 0.5% 이내로 규정돼 있고, 시행령에 따라 은행은 0.08%, 보험·금융투자 0.15%, 저축은행은 0.4%를 내고 있다.

일몰 기한이 폐지되면 이같은 예보료 규정이 효력이 사라지고 1998년 기준 한도로 돌아간다. 업권별로 은행(0.05%) 금융투자(0.1%) 저축은행(0.15%) 수준으로 하향된다. 이 경우 줄어드는 예보료는 7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문에 21대 국회도 예금자보호법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여야 간 정쟁에 밀려 합의에 실패했다.

당초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달 중 예금자보호법을 통과시키기로 뜻을 모았지만, 이날 야당이 서민금융법과의 연계 처리를 들고 나오면서 합의가 불발될 위기에 처했었다. 한 여당 소속 정무위 관계자는 "정부와 은행권의 입장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은 법안인데, 야당이 졸속으로 통과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정무위 관계자는 "야당이 당론으로 추진해 온 법안이고, 서민 금융을 지원하는 차원인 만큼 통과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까지 평행선을 달리다 극적으로 대안 마련에 성공했다. 여당은 이 법안이 2026년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적인 법안이라는 점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기존에 주장하던 출연 비율(0.07%)에서 한 발 물러섰다. 두 법안 모두 소위에 이어 정무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오는 28일 본회의 통과에 파란 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정소람/최한종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