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조사를 내달 중으로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에 대해선 "다시 출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장관은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축구협회 감사 상황 관련 질문에 "9월 안에 감사가 종료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초 홍명보 감독이 새로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낙점된 뒤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중순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장관은 "감독 선임 문제만 아니라 협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 짚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나 법률 위반이 발견되면 감독 선임 자체가 무효가 되는 거냐"고 질의했다. 유 장관은 "감독 선임은 조금 더 정무적인 문제"라며 "9월에 시합(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기도 해서 축구협회나 관계자들의 의견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축구협회가 하나은행에서 600억원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것을 놓고도 "원래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한 것 자체가 위반"이라며 "절차상의 문제 등을 따져 관계자 징계를 요구하고 다른 조치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회고록 ‘축구의 시대’가 출간돼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회고록 ‘축구의 시대’가 출간돼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과 관련해서도 "기본적으론 안 되게 돼 있다"면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허가하면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공정위가 정말 공정하다면 다시 출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몽규 협회장의 4선 출마가 허용된다면 대한체육회가 부패한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유 장관은 배드민턴협회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된 선수, 지도자와의 관계나 대표 선수 선발 문제, 협회 내 예산 집행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예정으로는 9월 안에 (조사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동석한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실제 조사 2주째에 들어가고 있다. 9월 6일까지 현지조사를 끝내고, 중간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회의에선 체육 단체들이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유인촌 장관은 "낡은 관행과 오래된 습관이 남아있고, 체육이 '정치 조직화'돼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분간 큰 국제 경기가 없기 때문에 이번부터 체육 정책의 전반적인 개혁을 잘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024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비(非)체육계 인사가 포함된 점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오래전부터 해 온 것이고, 생활체육과 통합하면서 확대된 것이 있다"고 해명했다.

선수단 환영 행사가 축소 진행된 것을 두고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도 재차 드러났다. 이정우 체육국장은 '장·차관은 오지 말라는 체육회 측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체육회장이 독단적으로 해단식을 하겠다는 의사로 들었다. 납득할 수 없어서 장·차관께 참석하시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어떻게 해서 체육회가 이렇게 괴물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