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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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주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이 바닥을 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하지만 증권가의 분위기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아직도 실적 전망치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도 작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보다 5.29% 상승한 37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폭락장이었던 지난 5일(종가 32만2000원) 이후 17.39% 상승했다.

외국인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반등을 주도했다. 지난 6일부터 26일까지 14거래일간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15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의 2차전지 대장주를 저가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장중 LG에너지솔루션은 31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2년 반 전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 30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중 가격 기준 상장 이후 최저가였다. 폭락장 전후로 국내외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잇따르면서 2차전지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바 있다.

2차전지 업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대장주에 대한 투자심리부터 개선시켰다는 분석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독일의 7월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는데, 여기서 감소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미국 역시 연말 금리 인하 및 신차 출시 효과 등을 고려하면 큰 폭은 아니지만 (전기차 판매 상황이) 지금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악은 지났다”는 김 연구원을 비롯한 복수의 증권가 전문가들은 다만 2차전지 섹터 투자에 보수적인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업황 부진을 반영해 향후 실적 전망치가 하향됐지만, 이마저도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대부분 북미와 유럽 지역의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 이에 따른 중장기 생산능력 확대 투자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실적 추정치를 하향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를 인용해 컨센서스가 여전히 업황 부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셀·소재 업체들의 내년과 2026년 연간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합산치는 지난 5월 집계치 대비 각각 24%와 15% 하향 조정됐다”면서도 “그럼에도 시장의 눈높이는 내년과 2026년에 2차전지 셀·소재 업체들의 합산 매출을 각각 전년 대비 33%와 27% 성장한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의 내년 연간 매출 컨센서스는 5조5083억원이다. 올해 대비 외형이 58.91% 커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 매출 컨센서스(33조9035억원)도 올해 대비 27.72% 성장한다는 수치가 집계돼 있다.

김 연구원은 “올해 7월까지의 미국과 유럽의 순수전기차 누적판매량 증가율이 각각 3%와 –3% 수준인 상황에서 내년 성장률이 30% 수준으로 급격히 반등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및 신차 가격 하락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10% 내외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도 크다. 특히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산업에 대해 부정적이다. 전기차 지원을 폐지하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물론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곧바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기는 힘들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IRA 폐지 대신 세부 조항을 없애거나 바꾸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세액공제 구매 보조금 지급 중단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외에도 IRA법 실행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른 2차전지 섹터의 희비가 예상보다 더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도 심상찮다.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어서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의 중국산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예고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까지의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며 “최근 EU가 추가 관세율을 하향하고 있어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비중 확대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