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하츄핑'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사랑의 하츄핑'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최근 극장가 복병으로 떠오른 작품이 있다. 바로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감독 김수훈)이다.

'사랑의 하츄핑'은 개봉 20일째인 지난 26일 오전 기준 79만 관객을 돌파했다. 관객의 발길이 뜸한 평일에는 성적이 부진했지만 무섭게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 이틀에만 8만7000여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순위가 4위로 반등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개봉한 디즈니·픽사 '인사이드 아웃2', 드림웍스 '쿵푸팬더4', 일루미네이션 '슈퍼배드4', 디즈니 '위시'에 이어 2024년 애니메이션 흥행 TOP5에도 진입한다. 톱5 가운데 국산 애니메이션은 '사랑의 하츄핑'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영화는 TV 시리즈 '캐치! 티니핑(이하 '티니핑')'을 자체 IP(지식재산권)로 보유한 SAMG엔터테인먼트(419530, 이하 SAMG엔터)에서 직접 제작했다. 2020년 첫 방영된 '티니핑'은 어린이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서 현재 시즌4까지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핑'이라는 말과 함께 특색 있는 이미지만 하나 부여하면 '~핑'의 형식으로 캐릭터가 무한 증식해 부모들에게는 '등골핑', '파산핑'으로 불리기도 하는 SAMG엔터의 '슈퍼 IP'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제작된 '사랑의 하츄핑'은 스토리와 영상미는 물론 음악까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웰메이드'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유아동 콘텐츠로 각인된 '티니핑' 소재 영화가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데에는 '어른들의 리뷰'가 큰 역할을 했다. "아이를 따라갔다가 내가 울었다", "아빠와 딸이 함께 오열했다", "애들 보는 거라고 무시했다가 큰코다쳤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사랑의 하츄핑'을 리뷰해달라는 요청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러 갔다가 혹시라도 눈물바다로 못 일어날까 봐"라고 답했다. 이후 한 네티즌이 '비겁핑'이라고 재치 있게 비유하자 "나도 좀 살자"라고 답글을 남겨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랑의 하츄핑' 관련 굿즈 인증샷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사랑의 하츄핑' 관련 굿즈 인증샷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입소문의 주역'인 성인 관객들은 각 영화관 굿즈 개봉 리뷰는 물론 SAMG엔터 정품 피규어를 활용한 '하츄핑 키링', '하츄핑 꽃다발' 등 개성을 드러낸 굿즈들을 추가로 생성해내며 인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팝업 인증샷도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톡에서는 '사랑의 하츄핑' 이모티콘이 인기 순위 28위를 기록 중으로, 연령대별로는 10대 19위, 20대 79위, 40대 60위 등을 차지했다.

최근 하츄핑 이미지로 네일아트까지 받은 30대 정모 씨는 "원래도 키티 등 산리오 캐릭터를 좋아했고, '인사이드아웃2'도 관람하는 등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이었다. '하츄핑'은 국산 캐릭터라고 해서 더 궁금해졌고, 온라인에서 '파산핑'이라면서 밈처럼 유행도 하길래 영화를 관람했다. 최근 극장가에 볼 영화가 딱히 없었던 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캐릭터가 너무 귀엽게 생겨서 빠질 수밖에 없었고, 아이들만을 타깃으로 했다기에는 생각보다 스토리가 탄탄해서 눈물을 흘리며 재미있게 봤다. 굿즈도 다양하고 퀄리티가 높아 소비 욕구를 더 자극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장인인 20대 김모 씨는 "조카가 '티니핑'을 좋아해서 캐릭터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회사 동료가 이야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영화를 보고 팬이 됐다고 하길래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굿즈도 선물해 줬다"면서 "영화는 TV 애니메이션과 얼마나 다를지 궁금해져서 조카를 데리고 보러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영화는 끝났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밈이 돌고 있다. 각종 굿즈가 즐비해 영화관을 나오면서부터 파산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말이다. '파산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협업 파워도 남다르다. 롯데온은 SAMG엔터의 공식 브랜드인 이모션캐슬과 협업해 '캐치! 티니핑 F/W 메가세일' 행사를 진행, 하루 만에 7억 물량을 팔아치웠다. '사랑의 하츄핑' 인기와 추석 명절을 앞둔 시점이 맞물리면서 매출이 반나절 만에 3억을 넘어섰다.

맘스터치, 이디야 커피, 메가 커피 등에서도 협업을 진행, 관련 굿즈 인증샷이 쏟아지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메가MGC커피 측은 "단독으로 공식 판매하는 콜라보인 만큼, 첫날부터 예상보다 2배 이상의 판매를 보였고, 온라인스토어에서는 준비된 물량이 하루 만에 동나 추가 물량을 급히 준비하기도 했다. 실제 '하츄핑' 콜라보를 시작한 첫 주말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해 평시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꾸준한 매출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들이 피규어를 사러 와서 자녀와 함께 방문해 음료도 마시면서 매출에 시너지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판매기한은 따로 두지 않았고 하츄핑 굿즈 관련 제작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판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적자의 늪에 빠진 SAMG엔터에도 희망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SAMG엔터는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 약 496억원, 영업손실 약 9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 적자 폭이 1분기 약 59억원에서 2분기 약 3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SAMG엔터는 연내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그 선봉에는 '사랑의 하츄핑'이 설 전망이다. 관련 수익이 하반기 재무에 반영될 예정이며, 영화를 중국과 일본에서도 개봉한다.

주가는 이미 '사랑의 하츄핑' 영향을 받고 있다. 두 달 전 8880원까지 떨어졌던 SAMG엔터의 주가는 지난 26일 1만35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세이자, 전일 대비 4.08%(530원) 뛴 수치다. 52주 최저가(8800원)와 견줬을 때는 53.75% 상승했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 포스터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사랑의 하츄핑' 포스터 /사진=쇼박스 제공
그렇다면 영화의 인기는 얼마나 지속될까. 한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완성도가 높아서 성인이 봐도 유치하지 않고 몰입하며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음악도 '입덕몰이'를 하는 요소다. 물론 극장가 비수기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성인 관객을 모객하기 위해서는 상영 시간을 골고루 배분해야 하는데 유아동 애니메이션 특성상 오전과 이른 오후에만 상영되는 것은 극명한 한계다. 평일 상영도 어린아이들이 혼자 볼 수 없어 보호자 동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역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평일과 공휴일 및 주말의 관객 수 차이가 너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추석 연휴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 흐름을 잘 이어간다면 100만 관객을 넘어 그 이상의 성과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굿즈 마케팅, 특별 상영 등으로 관심을 이어가고 재관람 비율을 높이면 장기 흥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