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대규모 교전·리비아 생산중단에 공급불안 커져…WTI 급등 [오늘의 유가]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이 확대되면서 원유 시장에 공급 불안이 커졌다.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에서는 정치 다툼이 원유 생산 일시 중단까지 이어져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3% 이상 급등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59달러(3.46%) 급등한 배럴당 77.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2.41달러(3.05%) 상승한 배럴당 81.43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1개월 국제유가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1개월 국제유가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이날 원유 시장은 공급 우려에 따라 움직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 주말부터 대규모 교전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원유 가격에 반영됐다. 원유 가격은 중동 전면전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튀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필 플린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 분석가는 “지난 몇 주 동안 유가는 원유공급에 큰 차질이 없었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크게 반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시장 분석가들은 리비아의 수출 중단 소식이 유가 급등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리비아 동부의 뱅가지 정부는 지난 25일 모든 유전을 폐쇄하고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생산과 수출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유전 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한 국가안정정부(GNS)와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해 서부를 통치하는 통합정부(GNU)는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의 거취를 놓고 갈등 중이다.
지난 2020년 촬영된 리비아 뱅가지의 한 석유터미널(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0년 촬영된 리비아 뱅가지의 한 석유터미널(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비아는 하루에 약 10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는데, 대부분의 생산이 동부에서 이뤄진다”며 “GNS가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유전 폐쇄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품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미주 수석 원유 분석가는 “리비아의 산유 중단 조치는 시장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