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le in Munich 2024] 공연 중 관객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아델 / 사진. © 이진섭
[Adele in Munich 2024] 공연 중 관객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아델 / 사진. © 이진섭
뮌헨에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독일 남쪽에 약 150만명 정도가 사는 도시 뮌헨. 서울 인구의 약 1/6정도 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도시에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열리고, 인기의 최정상을 달리는 아티스트들이 물밀듯이 방문해 공연한다. 올해만 해도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 아델, 메탈리카 등이 이 도시를 찾았다. 참 신기한 일이다. 유럽 각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일부러 뮌헨을 찾는다. 잉글리시 가든에서 우연히 만난 70대 노부부는 “비엔나에 살고 있지만, 음악 공연장은 뮌헨이 더 좋아 콜드플레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뮌헨을 방문했던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도시 전체는 9월에 있을 옥토버페스트 같은 축제의 열기로 가득 찼다. 8월 한 달 동안 아델이, 8월 15일, 17일, 18일에는 콜드플레이가 공연하니, 여건이 괜찮은 음악 팬들은 뮌헨을 찾는 게 당연했다. 호텔, 갤러리, 음식점, 관광지, 공원 등 뮌헨 곳곳에서 아델과 콜드플레이의 투어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8월 한 달간 열 번의 공연 [Adele in Munich 2024]
세상에서 가장 큰 팝업스토어를 연 아델


짙고 깊은 목소리로 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아델(Adele). 그는 현재까지 <19>, <21>, <25>, <30> 등 총 네 장의 정규앨범을 냈고, 전 세계적으로 약 7천만장 이상을 판매한 거물급 아티스트다. 그의 음악은 슬픔과 고통, 때론 치유와 행복의 순간을 서정적 리얼리즘으로 승화시켜, 우리의 보편적 가치에 호소한다.

8월 한 달간 아델은 뮌헨에 머물며, 레지던스 형태의 공연인 [Adele in Munich 2024]로 관객과 만남을 이어갔다. 이 공연은 아델이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며,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콜로세움 시어터 (The Colosseum Theater at Caesars Palace)에서 공연한 [Weekends with Adele]의 유럽 버전이기도 하다. [Adele in Munich 2024]는 총 10회 공연을 하며, 매회당 약 8만명의 관중이 몰리는데, 그의 인기만큼 모든 공연은 매진되었다.

아델은 이번 공연을 위해 메세 뮌헨(Messe Munich)에 초대형 특별 공연장을 설치하고, 공연 전후에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푸드코트, 머천다이징 팝업 버스, 대관람차 등을 마련했다. 동시에 약 8만명의 인원이 모였다 흩어질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팝업 스토어를 지은 것이다.
[Adele in Munich 2024] (차례대로) 아델 대관람차와 공연장 입구 / 사진. © 이진섭
[Adele in Munich 2024] (차례대로) 아델 대관람차와 공연장 입구 / 사진. © 이진섭
폭우와 천둥 번개 속에 더욱 아름다웠던 아델의 노래
'Hello'로 시작해 'Rolling in the Deep'으로 마무리한 공연
디올 드레스 입고 등장, 비에 흠뻑 젖어 운동화로 갈아 신는 해프닝도


공연장을 찾은 8월 14일. 시작 전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아티스트 머천다이징 버스에서 마련된 우비는 이미 다 팔렸고, 비를 쫄딱 맞으며 공연을 봐야 할 판이었다. 한편으로 아델같이 음울하고 묵직한 감성의 노래를 즐기기엔 이만한 날씨도 없다고 생각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220m 길이의 곡선형 LED가 한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장관을 이뤘다. (이 디스플레이는 기네스북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Adele in Munich 2024] 공연장 내부 / 사진. © 이진섭
[Adele in Munich 2024] 공연장 내부 / 사진. © 이진섭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번개가 사방으로 탁 트인 경기장 하늘을 가르던 그때, 무대 정중앙에서 짙은 마린 블루의 디올 드레스를 입은 아델이 우아하게 등장했다. "Hello! It’s Me." 첫 곡 'Hello'부터 거짓말같이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Hello'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궂은 날씨도 무대 효과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이어지는 곡 'Rumor Has It'에서 아델은 템포를 조금 올리기 시작했다. 레지던스 공연 초기 (약 3회 간) 'Rumour Has It' 영상에 등장해 한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질타를 받았던 욱일기 패턴은 빠르게 수정되어, 다른 패턴의 이미지로 대체되었다.

이어지는 'I Drink Wine', 'Water Under the Bridge', 'Easy on Me'에서 아델은 목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특히 'Water Under the Bridge'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기타 리프와 아델의 여유 넘치는 목소리는 선선한 바람과 하나가 되어 영혼까지 흐뭇하게 했다.

아델이 소울적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One and Only', 'I'll Be Waiting', 'Oh My God', 'Send My Love (to Your New Lover)' 등을 연달아 부를 때, 비가 더 세차게 내리퍼부었다. 아델도 ‘에라 모르겠다.’ 하는 표정으로 흠뻑 젖은 채 공연을 이어갔다. 비가 더 많이 올수록 그의 노래는 마음에 더 사무쳤고, 더 환상적으로 들렸다.

아델의 자전적인 노래 'Hometown Glory'는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무대에 어울리는 스케일을 보여줬다. 곡 'Love in the Dark (with orchestra)'까지 몰아치듯 무대를 이끌고 온 아델은 “스태프 여러분 모두 집에 가세요. 나 혼자 공연해도 문제없어.”라고 얘기해 비에 지친 관객들을 달랬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 아델도 춥고 힘들었는지, 스태프에게 검은 양말과 뉴발란스 운동화를 가져다 달라고 하여 신기도 했다. 이때, “이게 세상에서 젤 편해”라면서, 드레스를 입은 채 무대를 터벅터벅 걸어 다녔는데, 아델의 시원스러운 모습에 관객들은 웃으며 환호했다.
[Adele in Munich 2024] (차례대로) 아델이 뉴발란스 운동화로 갈아 신는 장면과 폭우 속에서 공연 중인 모습  / 사진. © 이진섭
[Adele in Munich 2024] (차례대로) 아델이 뉴발란스 운동화로 갈아 신는 장면과 폭우 속에서 공연 중인 모습 / 사진. © 이진섭
[♪ 아델 'Set Fire to the Rain' (채널. Trouble jeff)]


아델은 밥 딜런(Bob Dylan)의 명곡 'Make You Feel My Love'로 공연을 이어갔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Set Fire to the Rain'이었다. 큰 무대 곳곳에 오케스트라가 앉아 연주를 하는 동안 불기둥이 솟아오를 때, 폭우가 동반되었는데 말 그대로 ‘Set Fire to the Rain’이 현실판이었다. 아델은 'Hold On (with orchestra)', 'When We Were Young', 'Someone Like You', 'Rolling In the Deep'까지 약 20곡의 세트리스트를 이어갔다.

[♪ 아델과 관객이 함께 부르는 'Rolling In the Deep' (채널. Trouble jeff)]


공연 막간에 관객을 향해 건네는 농담은 ‘이렇게 지독한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가 어떻게 이 정도로 유쾌할 수 있지?’ 할 정도로 아델의 반전 매력에 푹 빠지게 했다. 빗속에서 아델은 더욱 찬란했고, 더욱 아름다웠던 무대였다.
[Adele in Munich 2024] (차례대로) 피날레 'Rolling in the Deep'의 무대 연출 장면과 공연 MD 및 입장권 / 사진. © 이진섭
[Adele in Munich 2024] (차례대로) 피날레 'Rolling in the Deep'의 무대 연출 장면과 공연 MD 및 입장권 / 사진. © 이진섭
맺음말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은 아티스트가 월드투어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손이 간다. 여기에는 자본, 시간, 인력 등 엄청난 노력들이 수반된다. 아델 같은 아티스트의 무대일수록 스케일은 물론 정치적·이념적 세심함과 신중함을 스태프뿐 아니라, 아티스트 자신도 챙기는 게 맞다고 본다. 아델의 음악 여정에 욱일기 등장이라는 오점이 남은 것은 심히 유감이다. 아델에겐 개인적인 감성과 경험을 보편적인 가치로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만큼 투어가 종료된 후, 이런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의 공연에 잠시 차용할 수 있는 이미지 패턴일지 몰라도, 어떤 개인과 국가 구성원에게 평생 악몽으로 남을 상징이고, 차별과 폭력, 중대 범죄같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임을 아델과 그 주변은 각성할 필요가 있다.

이진섭 칼럼니스트
[Adele in Munich 2024] 공연 중인 아델 / 사진. © 이진섭
[Adele in Munich 2024] 공연 중인 아델 / 사진. © 이진섭

▶2024년 08월 14일 [Adele In Munich 2024] Setlist◀

Strangers by Nature (Intro)
Hello
Rumour Has It
I Drink Wine
Water Under the Bridge
Easy on Me
One and Only
I'll Be Waiting
Oh My God
Send My Love (to Your New Lover)
Hometown Glory (with orchestra)
Love in the Dark (with orchestra)
Make You Feel My Love (Bob Dylan cover)
Chasing Pavements
All I Ask
Skyfall (with orchestra)
Set Fire to the Rain (with orchestra)
All Night Parking (Interlude)
Hold On (with orchestra)
When We Were Young
Someone Like You
Rolling in the D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