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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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에 많은 토지를 소유한 A씨는 B씨와 혼인해 슬하에 아들 C씨와 딸 D·E씨를 뒀습니다. A씨는 그가 보유한 토지를 모두 아들인 C씨에게 증여하거나 유증했습니다. 2004년 5월 A씨가 사망하자, 딸들은 추석과 설날 등 명절 때마다 C씨에게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분배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D씨는 2011년 11월 우연히 토지대장을 살펴보고 아버지의 모든 토지가 C씨에게 증여 또는 유증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후 D씨와 E씨는 매년 설날 및 추석 때마다 C씨에게 자신들의 몫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C씨가 재산을 나눠주지 않자 2022년 10월 C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C씨는 D씨와 E씨의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D씨와 E씨는 자신들의 유류분을 지킬 수 있을까요?
사진=법무법인 트리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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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반환청구권은 유류분 권리자가 자신의 유류분이 침해된 것을 안 때로부터 1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돼 권리가 소멸합니다. 자신의 유류분이 침해된 것을 안 때라 함은, 상속이 개시됐다는 사실과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 사실을 안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D씨와 E씨는 2011년 11월 토지대장을 살펴보고 나서야 아버지가 모든 토지를 C씨에게 증여 또는 유증한 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이때부터 유류분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년이라는 짧은 소멸시효기간 내에 어떤 방식으로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 기간 내에 반드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반드시 재판상으로만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재판 외에서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꼭 이렇게 문서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구두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D씨와 E씨가 자신들의 유류분이 침해된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명절 때마다 자신들의 몫을 요구한 것은 구두로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D씨와 E씨는 2011년 11월 토지대장을 확인한 후로 처음 맞이하는 명절인 2012년 2월 설날에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하고 나서 무려 10년이 지난 2022년 10월에 이르러서야 C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늦게 소송을 제기해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발생하는 목적물의 이전등기 청구권은 유류분 반환청구권과는 다른 권리이므로, 그 이전등기 청구권에 대해서는 유류분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1다55092, 55108 판결)

따라서 D씨와 E씨가 이미 구두로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한 이상 유류분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D씨와 E씨는 C씨로부터 자신들의 유류분에 해당하는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D씨와 E씨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절반인 9분의 1씩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구두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실제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즉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말로만 한 경우에는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되도록 말이 아닌 문서로, 적어도 문자나 카톡으로라도 유류분 반환을 요구해서 증거를 확보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이론의 여지 없이 가장 확실한 방법은 1년 내에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겠지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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