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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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주민 70대 김모 씨는 지난달 건강식품 회사로부터 "건강식품 천마(天麻) 시음용 샘플을 보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무료 샘플을 먹어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해도 된다"는 말에 김씨는 안심하고 자신의 주소를 알려줬다. 그러나 며칠 후 도착한 택배에는 샘플 말고도 본제품과 29만원짜리 청구서가 동봉돼있었다. 김씨는 "전화를 걸어 취소를 요구했는데 '택배를 뜯었으면 회수가 어렵다'며 계속 구매를 강요해 난감했다"며 "딸이 강하게 항의한 끝에 겨우 물건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2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건강식품 관련 전화권유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지난해 1879건으로 2022년 1498건에서 25.4% 늘었다. 2021년 1023건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건강식품 무료 샘플 제공을 미끼로 한 전화 권유 판매 상술이 꾸준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상들은 전화로 "무료 샘플을 먹어보고 괜찮으면 구매해 달라"거나 "먹어보고 효과가 좋으면 입소문만 내달라"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킨다. 이렇게 해서 주소를 알아낸 뒤엔 샘플과 고가의 본품을 청구서와 함께 보내는 방식으로 강매를 시도한다.

이들은 노인과 같은 소비 취약계층을 주로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게 천마를 판매한 업체의 홈페이지 후기 게시판에는 '아버지가 강매를 당했다',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먹어보라 하더니 돈을 요구한다' 등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이런 꼼수 영업이 수년 전부터 지속돼왔지만, 해당 업체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2006년에도 '천마 강매' 관련 사례를 소개하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지만,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실정이다.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60대 이상 고령자 상담 건수 중 '전화권유판매'에 대한 불만은 27.8%에 달한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전화권유판매로 물품을 구입한 경우 소비자가 제품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거짓이나 과장됐거나,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거래하는 행위, 청약철회·계약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고령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려면 고령자를 겨냥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해당 연령대 특성을 반영한 소비자 교육 및 촘촘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