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가? 나는 그림의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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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김택상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
김택상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
"나는 단색화가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미술 농부'에 더 가깝죠."
후기 단색화가의 대표주자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듣자 소파에 앉은 김택상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줄곧 평온했던 모습이 달라졌다. 그는 스스로를 '단색화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1세대 단색화가였던 윤형근, 박서보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며 "치열하게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고 강조했다.
김택상에게 미술이란 '농사'다. 작업을 할 때 환경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대신 모든 과정을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이라곤 밭에 물을 주듯 작품을 들여다보고 보살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작품을 보살핀다'는 표현을 쓴 이유에는 김택상만이 추구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다. 그는 도구 없이 회화를 하는 작가다. 안료와 물만으로 작업을 한다. 안료를 풀어 놓은 물에 캔버스를 담구고, 원하는 만큼 물감이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의 작업 신념은 비틀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 온 '렛 잇 비(let it be)'. 가만히 놓아 두면 언젠가 원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기다림의 작가' 김택상이 자신의 신작들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플로우' 연작 등 관객에 처음 선보이는 작업들도 나왔다.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은 그가 지금까지의 전시와는 180도 다른 전시 환경을 택했다는 것이다. 자연광이 비추는 장소에 작품을 걸었던 것과 달리, 이번 개인전에서는 지하에 '플로우' 시리즈를 들여놨다. 전시장의 불도 끈 채 오직 핀 조명과 액자 형태로 작품을 감싸는 프레임 조명에만 의존했다. 김택상은 이번 전시에서 어린 시절 꿈을 풀어냈다. 그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우주에 사로잡혀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관객들에게 우주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고자 했다.
작품 제목도 행성 이름처럼 지었다. 그림을 완성한 후 바라보며 마치 새로 발견된 행성에 천문학자가 이름을 붙이듯 명명했다. 1층에 놓인 보라색의 대형 회화엔 '드래곤 성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그림이라는 행성에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이며 천문학자의 꿈을 완벽하게 이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림이 벽에서 떨어지게 하는 시도도 했다. 이 작업을 위해 블랑켓이라는 부품을 사용했다. 시중에 판매하는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원하는 각도만큼만 띄우기 위해서 직접 블랑켓을 개발해야만 했다. 그리곤 벽과 작품이 사이 미세한 틈에 조명을 비췄다. 마치 광활한 우주 속에서 행성과 별만 빛나듯, 조명이 비추는 작품만 빛을 뿜도록 의도했다.
캔버스도 직접 개발했다. 물감이 쌓이는 기존 캔버스 대신 물감과 수분이 안으로 스며드는 '수채화용 캔버스'를 만든 것이다. 섬유공예가와 함께 캔버스 개발에만 4년이라는 시간을 썼다. 수많은 실패 끝 지난해 폭 270cm가 넘는 대형 캔버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개인전에서 개발한 캔버스를 쓴 작품들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후기 단색화가의 대표주자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듣자 소파에 앉은 김택상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줄곧 평온했던 모습이 달라졌다. 그는 스스로를 '단색화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1세대 단색화가였던 윤형근, 박서보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며 "치열하게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고 강조했다.
김택상에게 미술이란 '농사'다. 작업을 할 때 환경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대신 모든 과정을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이라곤 밭에 물을 주듯 작품을 들여다보고 보살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작품을 보살핀다'는 표현을 쓴 이유에는 김택상만이 추구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다. 그는 도구 없이 회화를 하는 작가다. 안료와 물만으로 작업을 한다. 안료를 풀어 놓은 물에 캔버스를 담구고, 원하는 만큼 물감이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의 작업 신념은 비틀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 온 '렛 잇 비(let it be)'. 가만히 놓아 두면 언젠가 원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기다림의 작가' 김택상이 자신의 신작들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플로우' 연작 등 관객에 처음 선보이는 작업들도 나왔다.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은 그가 지금까지의 전시와는 180도 다른 전시 환경을 택했다는 것이다. 자연광이 비추는 장소에 작품을 걸었던 것과 달리, 이번 개인전에서는 지하에 '플로우' 시리즈를 들여놨다. 전시장의 불도 끈 채 오직 핀 조명과 액자 형태로 작품을 감싸는 프레임 조명에만 의존했다. 김택상은 이번 전시에서 어린 시절 꿈을 풀어냈다. 그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우주에 사로잡혀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관객들에게 우주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고자 했다.
작품 제목도 행성 이름처럼 지었다. 그림을 완성한 후 바라보며 마치 새로 발견된 행성에 천문학자가 이름을 붙이듯 명명했다. 1층에 놓인 보라색의 대형 회화엔 '드래곤 성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그림이라는 행성에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이며 천문학자의 꿈을 완벽하게 이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림이 벽에서 떨어지게 하는 시도도 했다. 이 작업을 위해 블랑켓이라는 부품을 사용했다. 시중에 판매하는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원하는 각도만큼만 띄우기 위해서 직접 블랑켓을 개발해야만 했다. 그리곤 벽과 작품이 사이 미세한 틈에 조명을 비췄다. 마치 광활한 우주 속에서 행성과 별만 빛나듯, 조명이 비추는 작품만 빛을 뿜도록 의도했다.
캔버스도 직접 개발했다. 물감이 쌓이는 기존 캔버스 대신 물감과 수분이 안으로 스며드는 '수채화용 캔버스'를 만든 것이다. 섬유공예가와 함께 캔버스 개발에만 4년이라는 시간을 썼다. 수많은 실패 끝 지난해 폭 270cm가 넘는 대형 캔버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개인전에서 개발한 캔버스를 쓴 작품들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