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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의 마음에도 시가 없을 수 없으니, 시인이 시를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는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를 읽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 자신에게도 시인의 시가 있는 것이다.”

성민엽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가 쓴 <시는 살아 있다>는 이 같은 중국 작가 루쉰(1881~1936)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책은 중국 현대시를 통해 시 읽는 법을 알려주지만 중국의 시가 초점은 아니다. 성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제 전공이 현대 중국 문학이어서 중국 현대시를 많이 다루게 되었지만 중국의 현대시뿐만이 아니라 시 자체를 보는 것이 취지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시를 꼽을 때 1, 2위를 다투는 시는 쉬즈모의 ‘다시 케임브리지와 작별하며’(1928)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유학한 시인이 몇 년 후 케임브리지를 방문했다 다시 떠날 때의 일을 썼다. 시인은 당시 아내 루샤오만과의 불화로 심리적으로 꽤 힘든 상태였다.

자신의 청춘과 사랑, 기쁨과 열정, 문학과 이상의 장소였던 케임브리지에 와서 위안을 받는 동시에, 어쩌면 다시는 못 올지 모르는 이곳을 떠나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살며시 나는 가네/ 내 살며시 왔던 것 같이/ 나는 옷소매를 떨쳐/ 한 조각 구름도 가져가지 않으리”라는 연으로 시는 끝을 맺는다.
중국 현대시에서 우리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다 [서평]
요즘 활동하는 중국 시인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시인으로 성 교수는 정샤오츙을 꼽는다. 1980년 쓰촨성 한 농가에서 태어난 시인은 위생학교 졸업 후 잠시 시골 의원에서 일하다 2001년 광둥성에 가서 농민공 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등단 후에도 여전히 노동 현장에 남은 그의 시에는 노동의 노곤함이 묻어 있다.

2004년 발표한 시 ‘서른일곱 살의 여공’은 이렇게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쇠해가고 있는지/ 등불이 별을 비추는 밤 10월의 굉음 사이에서/ 들린다 몸 안의 뼈와 얼굴 위의 나이테가/ 하루 하루 늙어가/ 느슨해진 낡은 작업대처럼/ 가을에 침묵하는 소리가”

책은 백화시(白話詩, 문어인 한문이 아니라 구어인 중국어로 쓴 시)와 신시(新詩, 구시 또는 구체시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등장한 현대시)를 발표하며 중국 현대시의 포문을 연 후스부터 최근 중국 시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독특한 개성의 위슈화에 이르기까지, 중국 현대 시인 스물네 명의 대표작을 폭넓게 소개한다.

성 교수는 “시에서 중요한 것은 공명”이라며 “시인이 지어낸 시가 독자 마음속의 잠재적 시에 공명을 일으켜 그것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시집 해설에서 보이는 현학적 해석과 거리를 둔다.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