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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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의 모회사 핀둬둬 주가가 하루 만에 29% 폭락했다. 폭발적인 성장의 부작용으로 세계 곳곳에서 역풍을 맞아 실적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 탓이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지난주 139.87달러로 마감한 핀둬둬 주가가 하루 만에 100달러로 29.5% 급락했다. 핀둬둬가 2018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 이후 기록한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공동 창업자인 천레이가 현재 추세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향후 매출 성장세 둔화를 경고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천레이 핀둬둬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분기 실적 발표 후 "업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바이트댄스의 틱톡과 알리바바그룹과 같은 경쟁자들에 맞서서 확장 속도를 공격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핀둬둬의 지난 분기 매출액은 971억위안(약 18조원)으로 전문가 추정치(1000억위안)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 증가 폭은 85.7%에 달했으나 전 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축소된 것은 해외 플랫폼 테무를 설립한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핀둬둬의 2분기 순이익 역시 작년 동기 대비 144% 급증한 320억위안(약 5조95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301억위안)를 상회했지만, 주가 폭락세는 막지 못했다. 배당에 관한 전망도 어두워졌다. 천레이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며, 가까운 미래에도 그런 필요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정과 천레이 등이 2015년 4월 중국에서 창업한 핀둬둬는 서민층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성장했다. 이후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뒤 미국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 테무를 선보이며 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사업을 급속도로 확장했다.

급속한 성장은 곳곳에서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연합(EU)은 온라인에서 구매한 150유로(약 22만원) 미만 상품에 대한 관세 구멍을 없애는 조처를 논의 중이다. 미국에서도 배송품 면세 기준을 800달러에서 10달러로 낮추자는 제안이 나왔다. 중국에서도 지난달 말 상품 공급업자 수백명이 광저우시 테무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저항이 일어나도 있다. 업자들은 테무가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환불을 요청할 경우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상품 대금 지급을 보류하는 등 가혹한 조건을 강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중국 부호 순위 1위에 올랐던 핀둬둬 공동 창업자 황정은 주가 폭락의 여파로 4위로 밀려났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황정의 순자산이 141억달러 쪼그라든 35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생수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 창업자 중산산은 순자산 500억달러로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