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롤렉스
사진=롤렉스
롤렉스, 오데마피게 등 명품 시계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톱 오브 톱’으로 불린다. 가방과 옷에 비해 환금성이 뛰어나 경기 침체에도 수요가 굳건하다. 하지만 그만큼 진품 감정이 어렵다. 1000개에 달하는 부품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이 쉽사리 시계 사업을 키우지 못한 이유다.

커지는 중고 명품시계 시장, 두나무 계열 바이버 독주
명품 시계 중고 거래 플랫폼인 바이버는 이 까다로운 시장을 뚫었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가상·실물자산 연계를 위해 2021년 설립했다. 두나무가 3년간 바이버에 투자한 금액은 누적 200억원에 달한다. 바이버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시계 명장들과 협업해 감정 역량을 키우고, 수십 년 역사의 중고 시계 전문점 등을 온라인으로 끌어왔다. 2년간 바이버에서 거래된 하이엔드 시계는 1만5000여 개나 된다.

문제연 바이버 대표(사진)는 27일 “국내 중고 시계 거래 시장은 아직 해외보다 활성화하지 않은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오프라인·직거래 위주 시장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베이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거친 문 대표는 지난해 7월 부임 후 1년 만에 바이버의 월 거래액과 거래 건수를 네 배씩으로 키웠다.

문 대표는 20년 가까이 국내 e커머스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그는 “총거래액(GMV)을 늘리는 것만으로 e커머스가 주목받는 시기는 지났다”며 “소비자에게 확실하고 독보적인 가치를 주는 플랫폼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바이버에 강점이 있다고 했다. 문 대표는 “명품 시계 소싱력뿐 아니라 백화점에서도 보기 힘든 시계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쇼룸’, 명품 시계 전문 잡지 등 마니아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갖춘 건 바이버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확장은 ‘감정 역량’이 뒷받침하고 있다. 바이버는 플랫폼에 상품을 올리기 전 15명의 전문 엔지니어로 이뤄진 바이버랩스에서 진품 여부를 살핀다. 그는 “시계는 부품을 교체하는 경우가 잦은데, 수백 개 부품 중 단 하나라도 출시 당시와 다르면 진품 인증을 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명품 수요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몰리고 있는 것도 기회다. 바이버의 거래액은 매달 20~30%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1억7000만원짜리 오데마피게 로얄오크 크로노그래프가 거래됐다. 그는 “투자 차원에서 환금성이 뛰어난 롤렉스 등을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모회사인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중고차처럼 시계도 어떤 부분을 수리했고, 어떤 국가와 소유주를 거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