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부산지방법원장 시절 일이다.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라는 주제로 고별강연을 했다. 이 영상을 유튜브에 등록하자 조회 수가 136만 회를 넘었다. 관련 부속 영상 조회 수까지 합치면 200만 명 넘는 사람이 강연을 본 셈이다. 연예·정치 같은 특정 이슈가 아닌, 학술 목적의 긴 영상이 이 정도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드문 일이다.

고등법원장 보직 대신에 연구년 발령을 받은 2020년 어느 봄날, 가평 축령산 기슭을 찾았다. 산상 저수지 부근에서 단체 산행인들과 조우했다. 옆에서 잠시 들어보니 노년에 스마트폰 자판 입력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오지랖이 발동해 즉석에서 10여 분간 음성인식 타자 기법 등을 알려줬다. 지금까지 그 모임 대표자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아무도 그들에게 디지털·AI 활용법을 쉽게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올 1월 말 정년퇴임으로 법관의 한계를 벗어났기에 이제는 자유롭게 뜻을 펼치게 됐다.

국민의 디지털·인공지능(AI) 정보 격차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나이·세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문제가 되지만, 특히 노년이 되어 신기술을 따라잡기 힘들어하는 분이 많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이러한 어려움을 주변에 묻기도 쉽지 않다. 자식에게 묻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고위직 퇴직자가 되면 그동안 자기 능력으로 착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조직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황야에 홀로 서 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음을 느낀다.

헐벗은 조국 산하가 산림녹화 운동으로 푸른 숲으로 변했다. 능력이 부족하나 ‘디지털·AI 상록수’ 서원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디지털·AI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세대가 새로운 기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꿈은 가지면 이루어지고, 현실이 된다. 꿈이 없는 삶은 인간의 삶이 아니다. 문은 두드리면 열리고,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문이 없으면 만들면서 두드린다. 이 마음가짐으로 필자는 디지털·AI 상록수의 소임을 자청하고, 국민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다. 모든 세대가 평등하게 기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AI 상록수 소임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국민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좌우명인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선행을 많이 하는 집안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남아 후손에게 전해진다)’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