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의원 선거에 가장 돈을 많이 댄 사람은 누구일까.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를 분석해 ‘메가 도너’ 50인(기업·단체 포함)을 추렸다. 이들이 기부한 정치 자금은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기부 규모에 제한이 없는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후원한 돈이 대부분이었다.

슈퍼팩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직접 자금을 주지 않는 대신 기부 한도가 없는 우회 기부 통로다.
美 대선판 흔드는 '큰손'…공화당에 뭉칫돈

멜런이 트럼프의 최대 ‘뒷배’

이 명단에 따르면 올해 선거의 1위 후원자는 팬암(옛 GTI) 등 철도회사 창업자이자 BNY멜런은행 그룹을 설립한 토머스 멜런의 자손 티머시 멜런이다. 멜런가(家)의 자산 규모는 141억달러(약 18조7000억원)로 추정된다. 할아버지인 앤드루 멜런은 1921~1932년 미국 재무장관을 지냈다.

강한 우파 성향을 지닌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슈퍼팩에 1억2500만달러 등을 비롯해 공화당 정치인 후원으로 1억6500만달러를 냈다. 그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큰손 후원자이기도 하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모금했을 때 총모금액 5400만달러 중 거의 대부분이 멜런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위는 헤지펀드 시타델을 창업한 케네스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다. 그리핀 CEO는 총 7570만달러를 지원했다.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펀드(1500만달러), 데이브 매코믹 후원 팩(1000만달러), 래리 호건 후원 팩(1000만달러) 등이다.

펜실베이니아의 서스퀘하나 투자그룹을 만든 제프 야스와 교육자인 아내 재닌 야스가 공동으로 공화당계 슈퍼팩 등에 7389만달러를 후원해 3위에 올랐다. 해운 등 물류회사 율라인을 설립한 리처드 율라인과 아내 엘리자베스 율라인이 공화당계 후원으로 4위(7070만달러),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민주당계 후원으로 5위(4100만달러)였다.

‘돈줄’ 자처하는 암호화폐업계

기업 중에선 암호화폐 거래소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올해 선거에 정치 자금 9110만달러를 후원했다. 개인과 기업을 통틀었을 때 멜런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코인베이스는 공화·민주당을 선택하지 않고 암호화폐 산업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는 슈퍼팩 ‘페어셰이크’에 8600만달러를 냈다. 최근 양당 후보가 암호화폐업계에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 중 하나로 해석된다. 암호화폐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도 후원금 4900만달러를 페어셰이크(4500만달러), 공화당(150만달러), 민주당(150만달러)에 나눠 줬다.

기업 및 단체 후원 2위는 ‘부모들에게 힘을’ 팩이었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간접 지원한 곳이다. 3위는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 조지 소로스의 ‘정치 개혁을 위한 자금’(6000만달러)이 차지했다. 4위 ‘미래를 향한 미국 행동’ 팩(5590만달러)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곳이다.

한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겠다”며 올해 선거에서는 “지난 선거 때와 비슷한 기부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투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단체에 아내와 함께 약 4억달러를 기부했다. 그러나 공화당에서 이것이 민주당을 돕는 행위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올해는 중립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