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신임 이사 임명에 제동을 건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만 월권적·모순적인 판결 논리가 적잖다. 재판부는 “신임 이사 임명의 절차적 하자가 없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명 절차의 완벽성을 방통위가 입증하지 못했다’며 행정부 결정에 개입한 셈이다. 행정기관의 임명권 행사는 ‘재량 행위’로,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 있지 않는 한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상 삼권분립 정신에 대한 경시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법원이 방문진 신임 이사들을 해임한 격이다. 기약 없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임 이사들의 취임길이 막혔다. 동시에 임기 만료된 기존 이사들이 법원에 의해 재임용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해 사법권의 본질적 한계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행정처분 효력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기존 이사들이 입는 손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결에도 공감하기 어렵다.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이 퇴임으로 입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때 동일한 행정법원이 임기가 남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것과 모순된 판결이기도 하다. 고 이사장은 추후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기까지 했다.

방통위의 장기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헌재에서 탄핵소추가 기각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복귀하더라도 정상화 여부는 시계 제로다. 법원이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 여부를 본안 소송에서 다퉈봐야 한다’고 판결해서다. 갖은 구실로 방통위원 2명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기형적 2인 체제를 만들어낸 야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방통위원 추천은 본회의 의결사항인 만큼 과반 의석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여당 몫(1인) 추천도 불가능한 구조다. 다행히 얼마 전 민주당은 방통위원 추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자신들의 추천 인사만 의결하고 여당 추천 인사는 부결하는 시나리오가 벌써부터 나돈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끝없는 꼼수 전쟁을 마감하는 최소한의 책임정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