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반도체 석학 중 한 명인 유회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27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쓰는 인공지능(AI)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28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엔비디아 성장세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엔비디아 GPU, 2030년 차세대 반도체로 대체"
유 교수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AI가 이끄는 혁명: 과학기술과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길’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교수는 “GPU는 막대한 전력 소모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저전력, 저가의 차세대 반도체가 GPU를 조만간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GPU를 서서히 잠식할 것으로 전망했다. NPU는 뇌의 뉴런-시냅스 구조를 모방한 고효율 AI 반도체다. 메모리에서 정보를 꺼내거나 넣을 때 가중치를 따져 연산 장치를 그때그때 매칭한다. 생각이 많을 때 뇌의 에너지 소모량이 많고 그렇지 않을 땐 적은 환경을 반도체에서 구현한 것이다. 최근 SK텔레콤 자회사 사피온과의 합병을 선언한 리벨리온이 NPU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유 교수는 프로세스인메모리(PIM) 시장이 2030년을 전후해 GPU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PIM은 NPU 등 시스템 반도체와 D램을 쌓아 올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를 한 곳에 융합한 AI 반도체다. 메모리 병목 현상과 시스템 반도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데 PIM이 최고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가 이끄는 KAIST 연구팀이 PIM 기술을 갖췄으며 삼성전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일본 도쿄대 등과 공동 연구를 올해부터 시작했다. 유 교수는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PIM 설계와 제작, 검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기업 연계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5% 내린 126.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이 286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