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서민 지원용 정책대출 출연금이 연간 1000억원 이상 늘어난다. 서민금융 출연 요율 하한선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다. 은행들은 “복지성 사업 예산을 따로 확보해 추진해야 할 일을 툭하면 민간 금융회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들 매년 서민금융 1000억씩 더 내라"…법으로 '대못' 박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은행의 출연 요율 하한선을 가계대출의 0.06%로 정하는 내용의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강준현·한민수·천준호 의원 발의)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이르면 이번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은행의 서민금융 출연금은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재원으로 활용된다. 현행법은 금융사가 가계대출액의 최대 0.1%를 출연하도록 규정한다. 하한선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구체적 요율은 정부가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현재 출연 요율은 가계대출액의 0.03%다. 다만 은행은 0.035%, 보험·상호금융·여신전문·저축은행 등은 0.45%로 올리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조만간 시행된다.

이번에 통과된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은 처음으로 은행의 출연 요율 하한선(0.06%)을 정했다. 작년 요율(0.03%)에 따른 출연금은 1184억원이었다. 법률이 통과하면 은행권은 연간 1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측은 은행의 대출이자 수익이 급증했다는 점을 법안을 내놓은 이유로 들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이익을 보고 있는 은행이 서민 부담 완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민간 은행의 출연금을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은 민간 금융사가 아니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정부의 복지기관인지, 민간 금융사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했다. 기존 법은 집행부인 정부가 경제 여건에 따라 요율을 조정하도록 했는데, 개정법이 직접 하한선을 규정해 유연성을 제한한 부분도 논란이다. 위헌 소지가 있는 ‘행정처분적 법률’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서민금융 출연금은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다. 전체 금융사 출연액은 2021년 2100억원에서 지난해 2700억원으로 늘었지만, 재정 투입은 같은 기간 2600억원에서 2400억원으로 줄었다.

‘졸속 입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무위는 전날 전체회의 중간에 법안소위를 열고 이 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정무위에 이어 법사위 통과까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출연 요율 하한선(0.06%)이 타당한지, 하한선을 은행에만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에 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은 은행이 상생금융 방안으로 2200억원가량을 별도 기부한다는 점을 감안해 2금융권보다 요율을 낮게 매겨 놓은 상황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