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임수 예스티 대표가 평택 본사 클린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가압 장비 앞에서 출고 전 웨이퍼를 넣고 테스트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평택=민지혜 기자
강임수 예스티 대표가 평택 본사 클린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가압 장비 앞에서 출고 전 웨이퍼를 넣고 테스트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평택=민지혜 기자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예스티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기업에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공정 중 웨이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절연수지를 고루 채우기 위해 웨이퍼에 압력을 가하는 가압장비를 만든다. 압력을 골고루 가하면서 고압에서도 변형이 없도록 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최근 2년 간 반도체 업황 부진과 이익률 낮은 제품들 때문에 적자를 냈지만 올 상반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이익률이 낮은 제품을 빼고 웨이퍼 가압장비, 습도제어 장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덕분이다.

강임수 예스티 대표는 지난 27일 평택 본사에서 "예스티가 반도체 후공정에 강한 경쟁력을 가졌는데 앞으로는 전공정 장비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해외로 판로를 넓힐 것"이라며 "올 연매출 1000억원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798억원이었고 올 상반기엔 509억원을 기록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HBM 가압 장비를 삼성전자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올해도 여러 차례 판매 계약을 맺었다"며 "국내뿐 아니래 해외에서도 올해 하반기, 내년에도 신규 계약이 추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계약한 HBM 가압 장비 수주금액은 약 320억원이었다.

예스티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사업은 고압 어닐링 장비다. 반도체의 핵심공정 중 하나인 어닐링은 반도체의 실리콘옥사이드(SiO) 표면 결함을 고압의 수소, 중수소로 치환해 신뢰성을 높이는 공정이다. 반도체 공정은 점점 미세화하기 때문에 고압 어닐링 장비를 사용하면 열화 현상이 발생하는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장비는 기존 가압 장비보다 훨씬 비싼 고부가가치 상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예스티가 SK하이닉스에 이 고압 어닐링 장비를 공급키로 하고 샘플 테스트까지 마쳤는데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경쟁사 HPSP가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다. 이 때문에 예스티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주가가 빠졌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우리는 미리 이를 대비했기 때문에 특허무효심판과 함께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까지 제기했다"며 "그 특허가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그 회사의 특허와 우리의 기술은 구조가 다르다는 걸 입증하는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다음달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강 대표는 "진보성, 신규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들의 특허라는 게 밥솥의 돌기 잠금장치 같은 보편적 기술이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임수 예스티 대표가 평택 본사에서
강임수 예스티 대표가 평택 본사에서 "3년 내 2000억원대 매출을 내겠다"고 밝혔다./평택=민지혜 기자
시장에서는 HPSP가 이 장비를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스티와의 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 아니라 TSMC, 마이크론, 인텔 등 글로벌 회사들이 모두 HPSP의 고압 어닐링 장비를 쓰고 있다. 시장을 독점한 덕분에 HPSP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3.1%에 달할 정도로 마진이 높다. 강 대표는 "예스티가 시장에 들어가면 독점이 깨지기 때문에 우리를 견제하는 것"이라며 "경쟁사 제품은 한 번에 최대 75매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지만 우리는 125매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약 60%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스티가 개발한 고압 어닐링 장비는 공정 소요 시간을 기존보다 20%가량 줄였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내부 압력용기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수리 시간도 짧고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예스티의 중장기 목표는 제품군을 넓히고 고객사도 늘리는 것이다. 가압 장비에 치중된 매출 비중을 고압 어닐링 장비, 습도제어 장비, 히팅자켓 등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강 대표는 "배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히팅자켓을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며 "히팅자켓은 반도체뿐 아니라 선박, 플랜트에도 쓰이기 때문에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수합병(M&A)도 고려 중이다. 예스티의 연결 종속회사인 예스히팅테크닉스, 와이디이이도 인수한 회사들이다. 예스히팅테크닉스는 히팅자켓 사업을, 와이디이이가 다이아몬드 연마재 사업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앞으로 2000억~3000억원대 회사로 더 성장하려면 관련된 사업을 하는 회사와의 M&A도 검토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포트폴리오 다변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경영 목표를 묻는 질문엔 "3년 내 두 배 이상 매출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매년 30% 이상 성장하면 2027년엔 약 2500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평택 본사에는 현재 12개의 클린룸이 있는데 가동하는 건 4개뿐이다. 강 대표는 "2000억~3000억원대 매출이 되면 직원도 더 많이 필요하고 클린룸도 전부 가동하게 될 것"이라며 "미리 시설을 마련해뒀고 판교에 연구소를 여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소송에 승소하면 예스티의 실적과 주가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제윤 KB증권 연구원은 "특허 소송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게 된다면 시장 진입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평택=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