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위 뺏기고 전당포마저 외면…中 '국주' 마오타이의 몰락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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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술의 대명사인 마오타이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었는데 생산량은 늘었기 때문이다. 웃돈까지 붙어 팔리던 마오타이 가격이 급락하면서 굳건하게 지켜오던 중국 내 시가총액 1위 타이틀도 반납하게 됐다.
수출과 내수 등 중국의 주요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라 해외 투자자들마저 중국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마오타이를 외면하고 있다. 마오타이의 변화된 위상이 중국 내 주류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대변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1년 2월만 해도 마오타이 주가는 장중 2627.88위안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나타냈다. 가파른 경제 성장과 함께 몸값을 높여오던 마오타이는 명실공히 중국 본토의 대장주였다. 중국에서 무소불위의 금융사였던 중국공상은행을 제치고 중국 본토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 때문에 마오타이를 '중국의 삼성전자'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7거래일 연속 하락 등을 반복하며 마오타이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고, 외국인들조차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계속 줄고, 마오타이를 포함한 펀드 수 역시 급감했다. 올 1분기 중국 전체 펀드에서 주류업종 기업을 포함한 비율은 9.9%에 그쳤다. 전 분기에 비해 2.63% 줄었다. 마오타이를 보유한 펀드 수는 올 1분기 640개에서 2분기 481개로 감소했다. 결국 지난 6월 시가총액 1위 타이틀도 중국공상은행에 다시 내줬다. 마오타이는 위스키, 코냑과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불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외교 무대에서도 마오타이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중국의 국주로 일컬어지는 마오타이는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숙성 기간만 5년에 이른다. 중국이 빠른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마오타이의 가격이 계속 올랐고, 이 때문에 부동산처럼 여겨졌다.
희귀한 제조법으로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데다 희소성도 높아 명품 브랜드 샤넬처럼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마오타이를 사놓으면 훗날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샤테크'(샤넬 가방을 되팔아 재테크를 한다는 의미)처럼 마오타이가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중국 전당포에선 마오타이를 받고 현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수년째 중국 내에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 매수 상위 종목이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지방정부 부채 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소비 잠재력 발굴, 새로운 소비 육성과 확장, 서비스 소비 동력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과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올 2분기 경제 성장률은 4.7%로 시장의 전망치(5.1%)를 밑돌았다. 중국의 소비 척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올 6월 2%에 그쳤다. 시장의 전망치인 3.3%를 한참 밑돈 수치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달까지 기준선인 50을 넘지 못한 채 3개월 연속 경기 수축 국면을 이어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이 일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마오타이는 중국 주식 시장의 대표주라는 것 이외에도 중국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척도)로 여겨져왔다"며 "마오타이 가격이 떨어진다는 건 중국의 소비 회복이 아직 멀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자 소비자들의 지갑은 얇아지기 시작했고 초고급 주류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개인 수요가 움츠러들었을 뿐 아니라 마오타이가 자주 소비되는 정치적, 사회적 모임이 급격하게 줄면서 오히려 공급이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여기에 젊은층의 주류 트렌드 변화도 마오타이의 인기를 시들게 했다. 마오타이는 알코올 도수가 53도에 달한다. 하지만 젊은층들이 갈수록 마오타이같은 독주보다 15도 이하의 맥주나 와인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초고급 제품의 가격을 계속 올리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기존 주류업계 마케팅이 효능을 잃게 됐다. 올 상반기 중국 주류업계 판매 실적만 봐도 500위안 이하의 저가 주류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마오타이의 대표제품인 페이톈 마오타이의 소매가는 2000위안을 넘고 있다. 그것도 수요 감소로 2710위안에서 2080위안 정도로 낮아진 것이다.
실제 마오타이는 소매 가격과 주가 하락 속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마오타이의 매출은 1505억60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1018억90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마오타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15~18%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올해와 내년 매출·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마오타이는 최근 몇년간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배당을 계속 하고 있다.
중국 화촹증권은 "마오타이는 좋은 사업, 좋은 기업, 좋은 가격의 세 가지 가치 투자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며 "배당 성향과 재무 데이터 역시 충분히 투자에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이 제기하는 목표주가는 1944.6위안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98.1%가 마오타이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고 있다.
마오타이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 4월 마오타이의 새 수장이 된 장더친 회장은 "품질이 곧 핵심 경쟁력"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이란 연초 목표는 무리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마오타이의 매출은 약 1740억위안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게 된다.
마오타이는 최근 루이싱커피와 손을 잡고 커피와 술을 합한 마오타이 라떼를 내놨다. 초콜릿 브랜드로 잘알려진 도브와 협업해 마오타이주심초콜릿도 선보였다. 또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자회사를 통해 반도체 기업 등에 조용해 투자액을 늘리고 있다. 씨티은행은 "마오타이가 직영 판매 확장세를 늦추고 대리상을 적극 활용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다"며 "수요가 회복되면 가격 하락세도 완만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수출과 내수 등 중국의 주요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라 해외 투자자들마저 중국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마오타이를 외면하고 있다. 마오타이의 변화된 위상이 중국 내 주류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대변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들어 주가 16% 급락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상하이 증시에서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16.02% 급락했다. 지난달 말에는 장중 1361.3위안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2021년 2월만 해도 마오타이 주가는 장중 2627.88위안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나타냈다. 가파른 경제 성장과 함께 몸값을 높여오던 마오타이는 명실공히 중국 본토의 대장주였다. 중국에서 무소불위의 금융사였던 중국공상은행을 제치고 중국 본토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 때문에 마오타이를 '중국의 삼성전자'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7거래일 연속 하락 등을 반복하며 마오타이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고, 외국인들조차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계속 줄고, 마오타이를 포함한 펀드 수 역시 급감했다. 올 1분기 중국 전체 펀드에서 주류업종 기업을 포함한 비율은 9.9%에 그쳤다. 전 분기에 비해 2.63% 줄었다. 마오타이를 보유한 펀드 수는 올 1분기 640개에서 2분기 481개로 감소했다. 결국 지난 6월 시가총액 1위 타이틀도 중국공상은행에 다시 내줬다. 마오타이는 위스키, 코냑과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불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외교 무대에서도 마오타이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중국의 국주로 일컬어지는 마오타이는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숙성 기간만 5년에 이른다. 중국이 빠른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마오타이의 가격이 계속 올랐고, 이 때문에 부동산처럼 여겨졌다.
희귀한 제조법으로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데다 희소성도 높아 명품 브랜드 샤넬처럼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마오타이를 사놓으면 훗날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샤테크'(샤넬 가방을 되팔아 재테크를 한다는 의미)처럼 마오타이가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중국 전당포에선 마오타이를 받고 현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수년째 중국 내에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 매수 상위 종목이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사라진 '마테크'…외국인도 '줄행랑'
이런 마오타이가 지금처럼 추락한 데는 중국 경제 악화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라는 두 가지 변수가 미묘하게 맞물려 있다. 최근 중국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부동산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지방정부 부채 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소비 잠재력 발굴, 새로운 소비 육성과 확장, 서비스 소비 동력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과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올 2분기 경제 성장률은 4.7%로 시장의 전망치(5.1%)를 밑돌았다. 중국의 소비 척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올 6월 2%에 그쳤다. 시장의 전망치인 3.3%를 한참 밑돈 수치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달까지 기준선인 50을 넘지 못한 채 3개월 연속 경기 수축 국면을 이어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이 일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마오타이는 중국 주식 시장의 대표주라는 것 이외에도 중국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척도)로 여겨져왔다"며 "마오타이 가격이 떨어진다는 건 중국의 소비 회복이 아직 멀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자 소비자들의 지갑은 얇아지기 시작했고 초고급 주류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개인 수요가 움츠러들었을 뿐 아니라 마오타이가 자주 소비되는 정치적, 사회적 모임이 급격하게 줄면서 오히려 공급이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여기에 젊은층의 주류 트렌드 변화도 마오타이의 인기를 시들게 했다. 마오타이는 알코올 도수가 53도에 달한다. 하지만 젊은층들이 갈수록 마오타이같은 독주보다 15도 이하의 맥주나 와인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초고급 제품의 가격을 계속 올리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기존 주류업계 마케팅이 효능을 잃게 됐다. 올 상반기 중국 주류업계 판매 실적만 봐도 500위안 이하의 저가 주류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마오타이의 대표제품인 페이톈 마오타이의 소매가는 2000위안을 넘고 있다. 그것도 수요 감소로 2710위안에서 2080위안 정도로 낮아진 것이다.
"경기 회복, 관건" 매력은 여전
그럼에도 중국 현지 증권사들은 마오타이 매수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내수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성장 회복에 시동을 걸면 소매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논리다.실제 마오타이는 소매 가격과 주가 하락 속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마오타이의 매출은 1505억60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1018억90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마오타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15~18%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올해와 내년 매출·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마오타이는 최근 몇년간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배당을 계속 하고 있다.
중국 화촹증권은 "마오타이는 좋은 사업, 좋은 기업, 좋은 가격의 세 가지 가치 투자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며 "배당 성향과 재무 데이터 역시 충분히 투자에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이 제기하는 목표주가는 1944.6위안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98.1%가 마오타이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고 있다.
마오타이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 4월 마오타이의 새 수장이 된 장더친 회장은 "품질이 곧 핵심 경쟁력"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이란 연초 목표는 무리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마오타이의 매출은 약 1740억위안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게 된다.
마오타이는 최근 루이싱커피와 손을 잡고 커피와 술을 합한 마오타이 라떼를 내놨다. 초콜릿 브랜드로 잘알려진 도브와 협업해 마오타이주심초콜릿도 선보였다. 또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자회사를 통해 반도체 기업 등에 조용해 투자액을 늘리고 있다. 씨티은행은 "마오타이가 직영 판매 확장세를 늦추고 대리상을 적극 활용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다"며 "수요가 회복되면 가격 하락세도 완만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