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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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수혜주로 주목받는 슈퍼마이크로 주가가 2% 이상 급락했다. 월가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공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슈퍼마이크로는 AI 서버 전문업체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한 데이터센터용 서버를 구축하는 기업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슈퍼마이크로는 전 거래일보다 2.64% 급락한 547.6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힌덴버그는 이날 슈퍼마이크로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하며 "명백한 회계위험 신호, 공개되지 않은 관련 특수관계자 거래, 수출 통제 실패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힌덴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마이크로는 2018년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아서 나스닥에서 일시 상장폐지됐던 때 회계 스캔들에 직접 연루된 임원들을 다시 고용했다. 당시 슈퍼마이크로는 2억 달러 이상을 부적절하게 수익으로 인식하고 비용은 과소 평가한 사실 등이 발견돼 2020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후 혐의를 인정하고 1750만 달러(약 233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하고 사건을 마무했다. 힌덴버그는 당시 소송 기록과 전 임직원과 인터뷰를 통해 "슈퍼마이크로는 SEC에 벌금을 낸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예전의 회계 관행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도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슈퍼마이크로의 액체 냉각 기술의 경우 최고경영자(CEO) 찰리 량의 부인과 형제가 운영하는 대만의 에이블컴의 기술이다. 슈퍼마이크로는 에이블컴에 지난 3년간 약 9억8300만달러를 지급했고, 이 회사를 '계약 제조업체'로 소개하고 업무를 아웃소싱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재를 우회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힌덴버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슈퍼마이크로의 제품 수입이 약 3배 급증했다"며 "이는 슈퍼마이크로가 제재조치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영 기업 파이버홈과의 합작 투자사도 문제로 지적됐다. 파이버홈이 2020년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슈퍼마이크로는 파이버홈과 함께 설립한 합작사에 2억달러 가까운 제품을 판매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파이버홈은 인권 침해 및 학대, 첨단 감시, 중국 서부의 소수 민족 공동체 탄압 등에 연루돼 있다.

슈퍼 마이크로의 주가는 올초 290달러에서 두 달 만에 12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현재 주가는 3월 고점 대비 약 50% 하락했지만, 연초 주가보다는 90%가량 높은 상태다.

슈퍼마이크로를 공격한 힌덴버그 리서치는 월가의 대표적 공매도 전문 펀드다. 2020년엔 유명 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가 언덕에서 트럭을 굴린 뒤 주행시험에 성공했다고 속인 사실을 폭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엔 인도 아다니 그룹과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아이칸 엔터프라이즈'를 공매도하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