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중계석' 영상 캡처
/사진='KBS 중계석' 영상 캡처
KBS가 광복절에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가 포함된 오페라 '나비부인'을 상영한 것에 대해 "고의성이 없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KBS는 27일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문제 제기에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방송 후 제작과 방송 경위, 편성 과정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나비부인'의 시대적 배경은 서구 열강이 19세기 후반에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키면서 게이샤들을 상대로 한 국제결혼이 사회 문제화되었던 시기"라며 "이 오페라는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의 현지처가 된 게이샤가 결국 자식까지 빼앗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이런 내용의 오페라를 방영한 것이 일제를 찬양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미가요 선율은 오페라가 시작된 이후 20분 뒤 처음 나온다"며 "남녀 주인공 결혼식 장면에서 남자 배우의 독백 대사에 반주로 9초 동안 사용됐고, 그 이후 6초 동안 두 마디 선율이 배경 음악으로 변주돼 나오는데, 관련 전문가는 푸치니가 기미가요의 원곡을 서양식 화성으로 편곡해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방송은 지난 6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상연된 '나비부인'을 녹화해 'KBS중계석'에서 방영한 것. 본래 7월 편성했다가 2024 파리 올림픽 중계로 방송이 2차례 결방됐고, 2주 뒤인 8월 15일 0시에 편성됐다.

KBS는 이에 대해 "예기치 않게 광복절에 방송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며 "'KBS 중계석'은 심의실의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제작진이 제작부터 방송까지 책임지는 '제작진 위임심의'로 분류돼 있는데, 담당 제작 PD가 이번 작품을 제작해 편성에 넘긴 뒤 8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방송을 앞두고 같은 제작 부서 및 편성 부서와 방송 내용에 대해 공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비부인'이 이번 방송일 전에 4차례 선보여진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확인하지 못한 채 광복절에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삼일절, 6·25, 광복절, 한글날, 설날 및 추석 등의 시기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전 심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향후 대책에 대해 전했다.

그러나 KBS의 해명에도 비판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나비부인'은 '라보엠',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며 세계의 오페라하우스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집안이 기울면서 게이샤가 된 15세 소녀와 미국 해군 중위의 사랑을 그리며 1900년 일본 규수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해 기미가요가 사용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광복절에 기모노와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나비부인'을 편성했다는 사실을 두고 시청자들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나비부인'이 오리엔탈리즘을 반영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충분히 불편함과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것. "KBS가 NHK 서울지국이냐"는 비난도 나왔다.

KBS가 답변한 게시물 역시 1만6933명의 동의를 받았고, 논란이 커지자 박민 KBS 사장은 사과 후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약속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해당 방송에 대한 민원이 28건 접수됨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을 신속 심의해 중징계할 방침이다.

방심위는 2014년 외국인 출연자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본인이 등장할 때 기미가요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해 논란이 된 JTBC '비정상회담'에 대해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또한 2015년에는 해병대 훈련에 투입된 출연자들을 내레이션으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배경 음악으로 일본 군가인 '군함행진곡'을 내보낸 MBC '일밤-진짜사나이' 역시 '경고'를 결정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