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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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연소득 40만달러(약 5억3000만원) 이상 가구의 소득세가 최고 44.6%로 인상될 전망이다. 연방 법인세는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할 계획이다. 억만장자들의 보유 주식 상승 등으로 인한 미 실현 자본이득에도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증세 방안을 소개하며,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고소득 가구의 세금이 급등하고 최고 한계 세율이 198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관세, 해리스는 부자 증세로 재정수입 확보

WSJ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리스 부통령이 계획한 연방정부 세입 규모는 향후 10년간 63조달러(약 8경3800조원)으로 거의 같다. 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으로 수입을 올릴 계획인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고소득층과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 부담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연 소득 40만달러 이하 가구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연 소득 40만달러를 넘는 가구에 대해 입장이 갈린다. 해리스의 계획은 한계 소득세율은 거의 모든 유형의 소득에 대해 44.6%로 상승한다. 현재 한계 세율은 자본이득은 23.8%, 사업소득(예외 있음) 29.6%, 근로소득은 39% 수준이다.

자녀 양육에 대한 지원은 양당이 모두 강화할 전망이다. 해리스는 6세 이하 자녀에 대한 연 3600달러의 세액공제를 유지하며, 중산층과 저소득층에는 자녀 출산 후 1년간 추가로 6000달러의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줄 방침이다. 앞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이 같은 유형의 세액공제 확대를 요구했다.

미국의 세제 개편은 2025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 도입한 감세 특례들이 2025년 말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양당이 합의에 실패하면 세금 감면 한시법이 종료돼 전반적인 조세 부담이 올라갈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조세재단(Tax Foundation)에 따르면 주요 감세 조항들이 내년 말 만료되면 2026년엔 전체 가구의 62%의 세금이 인상된다. 다만 법인세율은 그대로 21%로 유지된다.

부유세와 법인세 인상 논란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한다면 부유세와 법인세 인상을 놓고 큰 진통이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법인세율은 현재 21%에서 28%로 인상하고 대기업의 경우 최저 세율을 현재 15%에서 21%로 높일 계획이다. 해외 수익에 대해서도 과세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2017년 도입된 세금 감면 항목이 대거 삭제되면 실질적인 세금 부담을 더욱 커질 전망이다. WSJ는 "미국이 글로벌 상위권 세율 국가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인세율을 높이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가 법인세를 최고 35%에서 21%로 내린 결과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돼 외국 기업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증시가 호황을 이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근로자 임금도 상승했다. 미국 재계 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트럼프의 2017년 세금 개혁으로 2조5000억달러의 해외 수입이 미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미 실현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이른바 '부유세'도 뜨거운 감자다. 해리스의 정책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소득 100만달러 이상 가구의 자본 이득은 일반 소득세로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1인당 5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미실현 자본 이득은 사망 시 과세되는 방식이다.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결국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 세금은) 곧 소상공인들에도 적용될 것이며 당신은 즉시 식당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위 소득 계층(약 0.01%), 순자산 1억달러 이상인 억만장자의 경우 미실현 자본이득을 포함해 더 광범위한 수입을 소득으로 간주해 최소 연간 약 25%를 과세할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과세 방안은 의회에서 통과된다 해도 곧바로 위헌 소송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