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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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정보요원의 신상정보 등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49)씨가 빼돌린 기밀은 30건, 이를 대가로 받은 현금은 1억6205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7년 중국 정보요원(추정)에 포섭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검찰단은 지난 27일 A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국방부검찰단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A씨가 억대의 금전을 지인의 차명 계좌로 받으면서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며 "중국에서 정보요원(추정)에게 포섭된 후 정보사 내부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군사기밀을 지속 탐지·수집·누설해왔다"고 말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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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中에 포섭... '무음 카메라' 쓰기도

국방부검찰단에 따르면 A씨는 1990년대 부사관으로 정보사에서 근무하다 2000년대 중반 군무원 신분으로 전환됐다. 정보사에서 공작 요원으로 활동하던 A씨는 2017년 4월 중국 연길 공항에서 중국 정보요원(추정) 인물에 체포당해 조사받다가 포섭됐다. A씨는 귀국 이후 체포·조사 사실을 우리 군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았다. A씨는 "가족에 대한 협박이 두려웠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7년 11월께부터 현금을 받고 군사기밀을 누설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군검찰 조사에 따르면 현금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되는 시점은 2019년 5월부터다. 비밀 누설이 확인되는 시점은 2022년 6월부터로, 이 기간 비문 12건, 음성 메시지 형태 18건 등 총 30건의 군사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수한 금품은 모두 현금 형태로 현재 파악된 건 약 1억6205만원 상당이다.

범행 방식은 치밀했다. A씨는 자신이 접근 권한을 가진 기밀에 대해서는 몰래 메모하거나, 영외 숙소로 빼돌린 뒤 유출했다. 자신이 접근할 수 없는 타 부대 기밀에 대해서는 대출 신청을 통해 열람한 뒤 휴대전화에 무음 카메라 앱을 깔아 촬영해서 유출했다. 이후 정보를 중국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파일을 여러 개로 쪼갠 뒤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또 모바일 게임 내 '음성 메시지' 기능을 활용해 정보를 유출하기도 했다. A씨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는 중국 요원(추정)의 요구에 "돈을 더 주시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는 말도 했다. 국방부검찰단 관계자는 "방첩사에서 포렌식을 거쳐 수천개 분량의 삭제된 음성 메시지를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간첩죄 없이 '일반이적'만 적용

A씨에게 '간첩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앞서 방첩사는 지난 8일 A씨를 군검찰에 송치할 때 북한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군형법상 간첩죄도 포함한 바 있다. 이번에 간첩죄가 빠진 건 A씨의 기밀 누설 행위와 북한과의 연계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방부검찰단 관계자는 "중국 정보요원(추정)이 북한 측 요원일 가능성을 갖고 수사했지만 다른 정황이 파악돼 간첩죄로 기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일반이적 혐의가 적용됐다. 군형법 제14조 8항에 따르면 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 군사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일반이적에 포함된다. 이를 어기면 사형 또는 무기·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군검찰은 향후 국과수 등 추가로 분석을 요청한 몇 가지 자료를 받은 뒤 북한과의 연계성이 입증되면 간첩죄를 새롭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구속 기간 만료가 임박해 급박하게 수사하다 보니 아직 몇 가지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 있다"며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간첩죄로 다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국방부검찰단 관계자는 유출된 정보와 관련해서는 "중국 일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블랙 요원 명단이 있지만, 북한 쪽에서 활동하는 휴민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밖에 A씨는 정보 관련 예산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별건 수사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의 허술한 보안 체계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군 근무자는 보안구역에 출입할 때 스마트폰에 촬영과 녹음 등을 못하게 막는 보안 앱 설치를 해야 하지만, 이를 뚫고 무음 카메라 앱까지 설치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국방부검찰단 관계자는 "A씨가 보안 앱을 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국방부는 아주 보안이 철저하지만, 부대별로 보안 앱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