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원숭이 역할이었는데 니키야로 무대 선다니 신기해" [인터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이유림
창단 40주년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야로 데뷔
29일 전민철과 피날레 공연 앞둬
창단 40주년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야로 데뷔
29일 전민철과 피날레 공연 앞둬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이래 모든 공연에서 주역을 꿰차며 발레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무용수가 있다. 솔리스트 발레리나 이유림(27)이다.
그는 9월 27일부터 사흘간 유니버설발레단이 보여줄 회심의 대작 <라 바야데르>에서 또 다시 존재감을 뿜어낸다. 무희 니키야 역할을 통해서다. 다른 무용수가 니키야를 맡을 때는 그의 연적인 공주, 감자티로도 출연한다. 처음하는 작품인데 주역을 동시에 맡긴건, 그에 대한 발레단의 신뢰가 각별하다는 의미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무희라는 뜻이다. 니키야가 전사 솔로르와 비밀리에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안 제사장은 니키야를 차지하기 위해 국왕과 공주(감자티)까지 끌어들여 파국을 만든다. 드라마틱한 서사와 고난도 발레의 테크닉 덕분에 고전발레의 정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지난 27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발레단의 히로인 이유림을 만났다.
"선화예중 시절 <라 바야데르>에서 황금신상을 보좌하는 원숭이 역할을 했어요. 14년이 흐른 지금 여주인공 니키야로 무대에 선다니 신기해요. '원숭이었던 내가?'라며 하루에도 몇번씩 되뇌어보곤 합니다." <라 바야데르> 연습을 막 시작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동작에는 니키야와 감자티가 깃들어 있었다.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이 2018년 이후 6년만에 다시 올리는 작품이다. 풍성한 볼거리, 32명의 발레리나들이 보여주는 군무 '망령들의 왕국'은 고전미의 극치인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대표적 장면으로 거론된다.
영리한 이유림은 본인이 연기하는 두 캐릭터의 분석을 일찍이 마쳤다. "니키야는 강단이 있어요. 전사와 비밀스럽게 사랑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인물이죠. 하지만 신분이 낮아 권위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돼요. 웅장한 음악 때문에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넘쳐 과장된 동작을 할 수도 있을텐데, 완급 조절을 잘 하고자 합니다."
이날 연습 후반부에 그는 니키야의 연적인 감자티가 됐다. 니키야와 싸움을 벌이다 니키야를 죽여야겠다고 결심하는 마임을 하는 그의 두 눈이 분노와 증오로 불타올랐다. "예의 바른 공주는 아니죠. 자만과 자신감의 사이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궁궐 밖 상황을 잘 모르면서 자신이 제일이라고만 생각하는 철없는 모습도 표현해보고 싶어요."
이유림의 파트너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입단시험을 통과해 화제를 모은 발레리노 전민철(20)이다. 공연 캐스팅이 발표된 직후 이뤄진 티켓팅에서 이들의 무대는 1분도 안 돼 매진됐다.
사흘의 공연 중 대미를 장식하게 된 두 사람. 니키야를 처음 해보는 이유림에 이어 전민철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극장에서 전막 공연에 서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했다. "'며칠전 민철이가 대극장에 서면 어떤 기분이에요, 누나?'라고 물어봤거든요(웃음). 후배에게 전막의 첫 기억을 아름답게 남겨주고 싶어요. 전민철은 제가 더 노력해야겠다고 동기부여 해주는 파트너입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전, 그는 19세에 부다페스트로 건너가 헝가리국립발레단원으로 지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재학중 참가한 국제 콩쿠르의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아 헝가리로 직행했다. 갖은 고생 끝에 고전 발레와 컨템퍼러리 발레를 오가며 솔리스트로까지 승급했다. 7년 간의 물음표를 마침표로 찍으며 다시 한국에 오기로 결심한건 유니버설발레단 덕분이었다.
"해외에서 활동하다 잠시 한국에 와서 갈라 공연을 했었는데요, 그 때 같이 파드되(2인무)를 했던 이현준 선배(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의 뼈아픈 지적을 받았어요. '너는 공주를 연기하는데, 왜 그렇게 손을 무심히 놓느냐'고요. 무용수는 뼛속까지 작품 속 인물이 돼야 한다는 기본을 너무 잊고 지냈던 거죠. 이런 무용수들이 있는 발레단이라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어요." 외동딸이라는 이유림은 발레가 '친동생'이라고 표현했다. "친구들이 '언제부터인가 옆에 있었던 게 동생'이라고 하더라고요. 발레도 제게 마찬가지에요. 언젠가부터 옆에 있었고, 언제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제 곁을 떠나지도 않아요(웃음)."
▶▶▶[단독] 전민철,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피날레 장식
이해원 기자
그는 9월 27일부터 사흘간 유니버설발레단이 보여줄 회심의 대작 <라 바야데르>에서 또 다시 존재감을 뿜어낸다. 무희 니키야 역할을 통해서다. 다른 무용수가 니키야를 맡을 때는 그의 연적인 공주, 감자티로도 출연한다. 처음하는 작품인데 주역을 동시에 맡긴건, 그에 대한 발레단의 신뢰가 각별하다는 의미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무희라는 뜻이다. 니키야가 전사 솔로르와 비밀리에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안 제사장은 니키야를 차지하기 위해 국왕과 공주(감자티)까지 끌어들여 파국을 만든다. 드라마틱한 서사와 고난도 발레의 테크닉 덕분에 고전발레의 정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지난 27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발레단의 히로인 이유림을 만났다.
"선화예중 시절 <라 바야데르>에서 황금신상을 보좌하는 원숭이 역할을 했어요. 14년이 흐른 지금 여주인공 니키야로 무대에 선다니 신기해요. '원숭이었던 내가?'라며 하루에도 몇번씩 되뇌어보곤 합니다." <라 바야데르> 연습을 막 시작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동작에는 니키야와 감자티가 깃들어 있었다.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이 2018년 이후 6년만에 다시 올리는 작품이다. 풍성한 볼거리, 32명의 발레리나들이 보여주는 군무 '망령들의 왕국'은 고전미의 극치인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대표적 장면으로 거론된다.
영리한 이유림은 본인이 연기하는 두 캐릭터의 분석을 일찍이 마쳤다. "니키야는 강단이 있어요. 전사와 비밀스럽게 사랑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인물이죠. 하지만 신분이 낮아 권위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돼요. 웅장한 음악 때문에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넘쳐 과장된 동작을 할 수도 있을텐데, 완급 조절을 잘 하고자 합니다."
이날 연습 후반부에 그는 니키야의 연적인 감자티가 됐다. 니키야와 싸움을 벌이다 니키야를 죽여야겠다고 결심하는 마임을 하는 그의 두 눈이 분노와 증오로 불타올랐다. "예의 바른 공주는 아니죠. 자만과 자신감의 사이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궁궐 밖 상황을 잘 모르면서 자신이 제일이라고만 생각하는 철없는 모습도 표현해보고 싶어요."
이유림의 파트너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입단시험을 통과해 화제를 모은 발레리노 전민철(20)이다. 공연 캐스팅이 발표된 직후 이뤄진 티켓팅에서 이들의 무대는 1분도 안 돼 매진됐다.
사흘의 공연 중 대미를 장식하게 된 두 사람. 니키야를 처음 해보는 이유림에 이어 전민철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극장에서 전막 공연에 서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했다. "'며칠전 민철이가 대극장에 서면 어떤 기분이에요, 누나?'라고 물어봤거든요(웃음). 후배에게 전막의 첫 기억을 아름답게 남겨주고 싶어요. 전민철은 제가 더 노력해야겠다고 동기부여 해주는 파트너입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전, 그는 19세에 부다페스트로 건너가 헝가리국립발레단원으로 지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재학중 참가한 국제 콩쿠르의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아 헝가리로 직행했다. 갖은 고생 끝에 고전 발레와 컨템퍼러리 발레를 오가며 솔리스트로까지 승급했다. 7년 간의 물음표를 마침표로 찍으며 다시 한국에 오기로 결심한건 유니버설발레단 덕분이었다.
"해외에서 활동하다 잠시 한국에 와서 갈라 공연을 했었는데요, 그 때 같이 파드되(2인무)를 했던 이현준 선배(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의 뼈아픈 지적을 받았어요. '너는 공주를 연기하는데, 왜 그렇게 손을 무심히 놓느냐'고요. 무용수는 뼛속까지 작품 속 인물이 돼야 한다는 기본을 너무 잊고 지냈던 거죠. 이런 무용수들이 있는 발레단이라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어요." 외동딸이라는 이유림은 발레가 '친동생'이라고 표현했다. "친구들이 '언제부터인가 옆에 있었던 게 동생'이라고 하더라고요. 발레도 제게 마찬가지에요. 언젠가부터 옆에 있었고, 언제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제 곁을 떠나지도 않아요(웃음)."
▶▶▶[단독] 전민철,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피날레 장식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