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에어컨 불가피하다면 '친환경 냉매'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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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에어컨은 전력 사용량이 많고 냉매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만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전력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냉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소비자도 친환경 냉매를 쓰는 에어컨을 고르면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경ESG] 이슈
올여름 한국은 기록적 폭염을 경험했다. 여러 기상 전문가가 입을 모아 걱정하는 것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폭염 주기다. 1994년 역대급 폭염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이를 경신했다. 그리고 불과 6년 만인 2024년, 재차 기록에 남을 만한 폭염이 발생했다. 과거에 비해 기록이 경신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더 무서운 사실은 올여름이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최장기간 열대야와 장기화한 무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74~2023년 25개 주요 도시의 평균 폭염(도시의 체감온도 35℃ 이상) 일수는 계속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도시별 평균 폭염 일수는 51일로, 20년 전 20.9일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폭염 지속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필요악 된 에어컨
야심 차게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선언한 파리도 40℃ 넘는 폭염에 백기를 들었고, 각국이 자체 비용으로 휴대용 에어컨을 주문하도록 허용했다. 원칙을 포기한 직후 일주일간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에서는 에어컨 2500여 대를 주문했다. 에어컨이 기후변화의 결과물이자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필요악임을 보여주는 단명한 사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에어컨 보유율은 일본(91%), 미국(90%)에 이어 3위(86%)다. 2023년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국내 보유율은 전기밥솥(97%)과 전자레인지(96%)보다 높았다고 한다. 거의 대다수 가정이 에어컨을 보유한 셈이다.
문제는 에어컨의 전력 소비량과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이다. 미국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약 10%를 냉방이 차지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의 4%인 19억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냉방에 의해 배출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1만1700배 높은 수소불화탄소(HFCs) 냉매가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에어컨을 잘 관리해도 냉매 유출은 피하기 어렵다. 에어컨과 냉장고 등 냉각을 사용하는 가전기기에 사용하는 물질인 냉매는 증발기에서 열을 흡수해 응축기(열을 방출)로 열을 운반하는 매체다. 에어컨에는 주로 HFCs 계열 냉매가 사용되는데, 가스인 냉매는 냉방 제품의 생애주기 내 천천히 누출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냉매는 가전제품 생애주기 동안 조금씩 누출돼 제품 폐기 단계에 이르면 초기 충전량의 80%가 배출된다.
냉매 유출에 대한 우려로 2016년 개최된 제28차 몬트리올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170개국은 일명 ‘키갈리 개정의정서’로 불리는 HFCs 냉매 생산 및 소비 감축에 합의했다. 2023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 아래 63개국이 ‘국제 냉방 서약(Global Cooling Pledge)’을 통해 에어컨, 냉장고 같은 냉방장치 가동에 따른 온실가스배출량을 2050년까지 60% 이상 줄이기로 약속했다. R32 이어 4세대 냉매 나온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오존층 보호 등을 위한 특정물질의 관리에 관한 법률(오존층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HFCs 감축목표가 이행되고 있어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냉매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냉동·에어컨 시스템에 쓰이는 냉매를 암모니아, 물 같은 친환경 촉매로 바꾸는 4세대 기술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 환경에 맞춰 2022년부터 삼성전자, LG전자, 캐리어 등 에어컨업체들은 친환경 냉매 전환을 추진 중이며, 온실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냉매인 R32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R32는 기존 가스 냉매인 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가 30~68%가량 적고 효율성은 20% 높다는 점에서 친환경 냉매로 일컫는다.
친환경 냉매 사용이 환경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R32 냉매를 사용하는 여러 모델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무풍 시리즈 신제품 90%에 R32 냉매를 적용했고, LG전자도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을 비롯해 가정용 에어컨 신제품 일부에 같은 냉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 등 주요 현장에서 친환경 냉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해외 시행사들은 친환경 냉매 사용을 기본 요구사항으로 포함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외적 친환경 전환 분위기가 사회적 눈높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다만, R32도 기존 냉매보다 조금 더 친환경적일 뿐, 4세대 냉매로 불리는 대체 냉매와 물, 암모니아 등 자연 냉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경제성 문제로 R32를 포함한 3세대 HFCs 계열 냉매가 더 많이 사용된다. 냉매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위해선 가격을 내려야 한다. 기업도 냉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소비자도 구매 과정에서 이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 전문위원
해외에서도 최장기간 열대야와 장기화한 무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74~2023년 25개 주요 도시의 평균 폭염(도시의 체감온도 35℃ 이상) 일수는 계속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도시별 평균 폭염 일수는 51일로, 20년 전 20.9일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폭염 지속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필요악 된 에어컨
야심 차게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선언한 파리도 40℃ 넘는 폭염에 백기를 들었고, 각국이 자체 비용으로 휴대용 에어컨을 주문하도록 허용했다. 원칙을 포기한 직후 일주일간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에서는 에어컨 2500여 대를 주문했다. 에어컨이 기후변화의 결과물이자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필요악임을 보여주는 단명한 사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에어컨 보유율은 일본(91%), 미국(90%)에 이어 3위(86%)다. 2023년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국내 보유율은 전기밥솥(97%)과 전자레인지(96%)보다 높았다고 한다. 거의 대다수 가정이 에어컨을 보유한 셈이다.
문제는 에어컨의 전력 소비량과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이다. 미국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약 10%를 냉방이 차지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의 4%인 19억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냉방에 의해 배출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1만1700배 높은 수소불화탄소(HFCs) 냉매가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에어컨을 잘 관리해도 냉매 유출은 피하기 어렵다. 에어컨과 냉장고 등 냉각을 사용하는 가전기기에 사용하는 물질인 냉매는 증발기에서 열을 흡수해 응축기(열을 방출)로 열을 운반하는 매체다. 에어컨에는 주로 HFCs 계열 냉매가 사용되는데, 가스인 냉매는 냉방 제품의 생애주기 내 천천히 누출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냉매는 가전제품 생애주기 동안 조금씩 누출돼 제품 폐기 단계에 이르면 초기 충전량의 80%가 배출된다.
냉매 유출에 대한 우려로 2016년 개최된 제28차 몬트리올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170개국은 일명 ‘키갈리 개정의정서’로 불리는 HFCs 냉매 생산 및 소비 감축에 합의했다. 2023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 아래 63개국이 ‘국제 냉방 서약(Global Cooling Pledge)’을 통해 에어컨, 냉장고 같은 냉방장치 가동에 따른 온실가스배출량을 2050년까지 60% 이상 줄이기로 약속했다. R32 이어 4세대 냉매 나온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오존층 보호 등을 위한 특정물질의 관리에 관한 법률(오존층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HFCs 감축목표가 이행되고 있어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냉매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냉동·에어컨 시스템에 쓰이는 냉매를 암모니아, 물 같은 친환경 촉매로 바꾸는 4세대 기술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 환경에 맞춰 2022년부터 삼성전자, LG전자, 캐리어 등 에어컨업체들은 친환경 냉매 전환을 추진 중이며, 온실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냉매인 R32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R32는 기존 가스 냉매인 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가 30~68%가량 적고 효율성은 20% 높다는 점에서 친환경 냉매로 일컫는다.
친환경 냉매 사용이 환경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R32 냉매를 사용하는 여러 모델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무풍 시리즈 신제품 90%에 R32 냉매를 적용했고, LG전자도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을 비롯해 가정용 에어컨 신제품 일부에 같은 냉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 등 주요 현장에서 친환경 냉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해외 시행사들은 친환경 냉매 사용을 기본 요구사항으로 포함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외적 친환경 전환 분위기가 사회적 눈높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다만, R32도 기존 냉매보다 조금 더 친환경적일 뿐, 4세대 냉매로 불리는 대체 냉매와 물, 암모니아 등 자연 냉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경제성 문제로 R32를 포함한 3세대 HFCs 계열 냉매가 더 많이 사용된다. 냉매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위해선 가격을 내려야 한다. 기업도 냉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소비자도 구매 과정에서 이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