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지워주세요"…고3 딸 영상 본 엄마 '절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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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피해자 지원센터 문의 증가
사설 '디지털 세탁소'도 때아닌 호황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태 이후 문의 급증
전문가들은 사설 업체보다 공식 센터 추천
사설 '디지털 세탁소'도 때아닌 호황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태 이후 문의 급증
전문가들은 사설 업체보다 공식 센터 추천

최근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디지털 흔적 지우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미 제작된 사진과 영상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후속 조치가 '흔적 지우기'이기 때문이다.
○피해 사실 알게 되면…발 빠르게 '공식 지원 센터' 찾아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018년부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에선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저장, 유통되는 불법 촬영물을 찾고 삭제해주는 '디지털 세탁'을 무료로 대행한다.센터 개원 초기에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촬영된 불법 영상물에 대한 삭제 의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이번에 논란이 된 '딥페이크 봇'을 통해 만들어진 성 착취 영상물을 삭제해달란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유포된 불법 영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진다"며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발 빠르게 초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설 업체도 성황…"피해자 어머니가 울면서 전화하기도"

또 다른 업체 최태운 대표는 "피해자의 어머니가 울면서 삭제를 요청하기도 하고, 피해자가 속한 학교의 교사로부터 문의를 받은 적도 있다"며 "현재 피해자 건은 비용을 받지 않고 디지털 세탁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많은 가해자 역시 디지털 세탁을 의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호진 장의사는 "현재 딥페이크 영상물 관련 문의의 70%가 가해자 부모"라며 "이들은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자녀의 사진 등 개인 정보와 범행 사실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내부 디지털 세탁은 사실상 불가능해"
문제는 디지털 장의사들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텔레그램 내에서 공유되는 딥페이크 영상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이들은 '크롤링'(수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온라인상에 유포된 사진과 영상 등 콘텐츠를 수집해 그 사이트에 직접 삭제를 요청하거나 때에 따라 서버를 직접 해킹한다. 그러나 텔레그램은 대부분의 삭제 요청을 반려하고, 보안성이 높아 서버 접근도 쉽지 않다.

다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사설 디지털 세탁소와 달리, 우리는 사이트가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접속을 차단하거나 경찰에 즉각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며 "국가 기관과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실효성 있는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성학 박사인 허민숙 국회 입법 조사관은 "확실한 제재를 통한 사전 예방이 실패한 지금 시점에서 피해자에게 디지털 세탁은 후속적인 조치로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사설 업체서 2차 유출 우려...공식 센터가 가장 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딥페이크 사태로 사설 디지털 세탁소가 주목받고 있지만, 성 착취물 피해자에겐 사설 업체보다 공식 지원센터가 더 안전하다고 조언한다.허민숙 조사관은 "사설 업체는 디지털 세탁 과정에서 영상이 2차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과도하게 의지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 지원 센터에서도 지난해 진행된 삭제 지원 건수만 25만건에 가깝다"며 "보안과 실력 모두 믿을만하므로 주저하지 말고 피해 사실에 대해 상담받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