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은행 ETF 연초 이후 36.11% 상승
KRX 은행 평균 배당수익률 4.82%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밸류업 지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밸류업 지수와 연계된 ETF 상장도 추진되고 있는데 주식 시장에서는 이미 관련 ETF의 관심이 뜨겁다. 투자자 입장에서 밸류업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주 ETF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감소시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또 주식 가격의 평가에 사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장부가치비율(PBR)의 분모인 주당 순이익과 주당 장부가치가 증가해 평가지표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된다.

신한지주는 50%의 주주환원과 3조원 이상의 자기주식 매입을 통해 발행 주식 수의 약 10%에 해당하는 5000만주 감소라는 목표를 밝혔다. KB금융은 1분기부터 분기별 균등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고 1분기 발표된 3200억원의 자기주식 매입, 소각 외에 4000억원이 추가로 이사회 결의됐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발표한 3000억원 자기주식 매입을 8월 중 소각 완료했으며 추가 자기주식 매입에 대한 기대도 살아 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 등으로 투자가 많지만, 유상증자가 필요할 정도의 지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 50%를 제시했다. 풍부한 현금흐름과 안정적인 사업모델인 은행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은행업 지수에 포함된 10개 종목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4.82%이며 시가총액 상위 5개 은행만 포함하면 5.44%이다. 1.9% 수준의 코스피와 비교하면 2.5배 이상이다. 높은 배당수익률과 지속성 그리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을 포함하면 투자자 관점에서는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코스피 지수는 1.75% 상승했는데 8월 23일 기준 은행주 ETF의 평균 상승률은 36.11%였다. 연초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면서 관심이 집중된 영향이다. 지난해 10월 상장된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466940)’은 42.36% 상승하며 업종 ETF를 주도했다. TIGER ETF는 카카오뱅크와 제주은행을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포함하는데 포트폴리오 비중을 감안한 평균 배당수익률은 5.72%로 코스피의 3배 수준이다.

올해 6월 25일 상장된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484880)’은 상장 이후 15.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28% 하락했다. SOL ETF는 주요 은행 지주와 함께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등 증권업을 영위하는 금융지주로 구성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포트폴리오 평균 배당수익률은 4.77%이다.
국내 상장 은행ETF 리스트
국내 상장 은행ETF 리스트
은행의 이익은 대출 성장 그리고 대출과 예금의 이자율 차이로 결정된다. 주택담보대출의 성장과 금리상승 등으로 누적된 이익이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추어 주주에게 환원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는 은행업의 추가 성장에 대한 의구심은 존재한다. 이익 성장에 기반한 주주환원은 가치(밸류, Value)를 상승(업, Up)시키는 동력이 되지만 이익 성장이 없는 주주환원은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

또 IT와 같이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업종은 배당보다는 투자를 통한 이익 성장이 주주를 위한 정책이 된다. 배당주와 가치주 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워런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배당를 하지 않는 이유다. 배당보다 합리적인 투자가 기업가치 상승에 더 유익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배당 증가와 자사주 매입, 소각보다는 기업 이익의 성장을 통한 진정한 밸류업과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