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정 에이온코리아 사장
김규정 에이온코리아 사장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임에도 사이버 리스크를 매우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김규정 에이온코리아 사장(사진)은 28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기자와 만나 “에이온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등 서구 국가의 기업들은 대부분 사이버 리스크를 위험순위 1~5위로 꼽았다”며 “반면 한국 기업에서는 사이버 리스크가 10위권에도 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이온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유수의 보험중개 기업이다. 김 사장은 2018년 7월 에이온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해 국내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보험중개업은 보험 가입을 원하는 고객을 대신해 보험회사와 보험료율 등을 협상해 고객에게 최상의 보험계약을 주선하는 사업이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사이버 리스크 관리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불거진 마이크로소프트 사태는 사이버 리스크를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라며 “사이버 공격 등으로 전산이 마비되면 기업에 큰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리스크를 대비하는 효과적 방법 중 하나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이버 보험 시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 사장은 “국내 기업들은 보험 가입을 비용(보험료)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보험 가입을 통한 리스크 분산 효과에 대해선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사장은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리스크 대비 상태가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국내 기업들은 보험 업무를 각 부서에서 나눠 담당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 없어 전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보험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보다 보험중개사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보험료 협상, 위험 관리, 사고 시 보험금 지급 자문 등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융선진국에선 기업이 보험중개사를 통해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에이온 등 보험중개업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한국에선 기업이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 흐름과 비교해 독특한 시장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진국의 보험사들은 보험영업팀 없이 위험 인수에만 집중한다”며 “국내에선 보험사들이 영업조직을 갖고 직접 판매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해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국내 보험중개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그는 “최근에는 대기업 등 다양한 기업 고객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보험 솔루션을 요청받고 있다”고 “점차 보험중개사를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미국, 영국 등과 같은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