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후에도 수개월 이상 떨어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퍼져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시장에 충분히 선반영됐기 때문에 앞으로 채권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피벗 기대에 美 채권형 펀드 '뭉칫돈'…"수익률 고점" 지적도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북미 채권형 펀드로 유입된 돈은 최근 1개월간(지난 27일 기준) 4861억원에 달했다.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조만간 시장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수익률은 좋아진다.

국내 채권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 역시 최근 1개월간 3조41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북미와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4.75%, 0.48%였다.

2000년 이후 미국 금리 추이를 보면 기준금리 인하 뒤 시장금리는 완만한 하락 흐름을 지속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2001년 1월(6.50%)부터 2003년 6월(1%)까지 단계적으로 낮췄다. 당시 시장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6%대에서 3%대로 우하향했다. 기준금리를 2007년 9월(5.25%)부터 이듬해 12월(0.25%)까지 내렸을 때도 시장금리는 그 이상의 기간에 완만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의 학습으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기준금리 대비 시장금리는 이례적으로 낮았다. 과거 20여 년간 미국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하락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대비 1.70%포인트 정도 낮다. Fed가 다음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해도 격차가 1.2%포인트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하락한 사례가 2000년 이후 거의 없지만, 최근에는 0.5%포인트 정도 낮다.

김상만 하나증권 국내크레디트팀장은 “시간이 갈수록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시장금리에 선반영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과거처럼 제로 수준으로 내리지 못한다면 향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채권 투자 레버리지 자금이 지난 4~5월 많이 들어와 시장금리가 충분히 낮아졌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시장금리 상승 현상마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