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3년간 총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올해 주당 최소 배당금은 1만원 이상으로 잡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현대차가 역대급 주주환원책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3년간 자사주 4조 매입…年배당 '株당 최소 1만원'
현대차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4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총주주환원율(TSR)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TSR은 배당에 들어가는 돈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한 돈을 합친 뒤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개념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살펴보는 항목 중 하나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TSR을 3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주환원책을 기반으로 계산한 TSR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세부적으로 현대차는 현재 주당 2000원인 분기 배당액을 2500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간 배당액은 최소 1만원으로 제시했다. 최소 배당금을 제시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보장한다.

현대차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앞으로 3년 평균 11~12%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10%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그룹 ROE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주주환원율을 높이려면 그만큼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 현대차가 2030년까지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이유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주주환원책을 꾸준하게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연간 2회 배당(중간·기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분기배당을 도입하고 자사주 3%를 3년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에 투입하는 자금은 연간 4000억원, 총 1조2000억원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글로벌 톱 완성차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투자자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발표할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최대 3조5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유지웅 LS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 모두 연초 기준 보유한 순현금은 16조원 수준으로 비슷하지만 기아의 연간 자사주 소각 규모는 5000억원인 데 비해 현대차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두 배 수준인 연 1조원 이상”이라며 “미국 S&P500 상장 기업과 비슷한 자사주 매입 규모”라고 평가했다. 이날 주주환원 프로그램이 발표된 뒤 현대차 주가는 4.65% 급등한 2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진원/심성미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