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사이에서 재점화된 경영권 갈등의 불똥이 기습적인 최고경영진 교체로 이어졌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독] 한미약품 사장, 하루아침에 전무로 '기습 강등'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사장)의 직급이 전무로 강등됐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서울 본사가 아닌 지방 지사에 있는 제조본부를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 인물로 평가받는 박 전 대표는 ‘장수 CEO’로 꼽혔던 우종수·권세창 전 한미약품 대표 대신 지난해 대표 자리에 올라 ‘세대교체 주역’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인사발령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한미그룹 인트라넷에 본인 명의로 인사를 내며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새롭게 꾸렸다. 경영관리본부 안에 인사팀과 법무팀 등을 신설했다. 이전까지 한미약품은 자체적인 인사팀이 없었다. 박 전 대표의 인사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인사팀이 한미약품 인사를 관할했다.

박 전 대표를 전무로 강등하는 인사 명령은 그로부터 1시간 뒤 인트라넷에 올라왔다. 임종훈 대표가 낸 인사명령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박 전 대표 외에도 사직서를 내거나 사직을 고려 중인 경영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한미약품 이사)·종훈 형제와 모녀(송 회장·임주현 부회장)로 나뉘어 맞붙은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가 기울어진 건 지난 3월이다. 임종훈 이사가 먼저 5월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 올랐다. 임종윤 이사도 한미약품 대표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6월 한미약품 이사회 개최가 불발되면서 대표직에 선임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요청으로 이사회가 연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가 전무로 강등된 배경으로도 꼽힌다.

심화하던 경영권 갈등은 지난달 전문경영인(박재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이 주도하는 한미그룹의 외부 투자 유치에 신 회장이 반대하며 사이가 다시 틀어졌다. 이사회가 연기되면서 쌓인 ‘앙금’이 터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갈등은 신 회장 및 모녀 측이 내용증명을 보내며 다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회신에서 먼저 일부 대주주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대해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요건도 갖추지 않은 임시주총 소집청구서를 보냈다고 갑자기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다”며 “신동국 등 주주들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유치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우상/박종관/이영애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