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사진)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약1335조원)를 돌파했다. 대형 기술 기업이 아닌 미국 회사가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은 처음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회사를 인수한 지 60여 년 만에 회사를 1조달러 반열에 올려놨다.

○시장 수익률 뛰어넘어

벅셔해서웨이는 28일(현지시간) 오전 전장 대비 1% 상승세를 나타내며 장중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했다. 벅셔해서웨이 주식은 주당 가격이 약 70만달러인 A클래스와 액면가가 더 낮은 B클래스 주식으로 구성되는데, A클래스와 B클래스의 시가총액 합이 1조달러를 넘긴 것이다.

벅셔해서웨이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시장 수익률을 능가한다. B클래스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28.18% 급등해 S&P500의 상승률(17.91%)을 뛰어넘었다. 시가총액도 2000억달러가량 불어났다. 이날 A클래스는 0.75% 상승한 69만6502달러에, B클래스는 0.86% 오른 464.59달러에 마감했다.
벅셔해서웨이 시가총액 추이(사진=FT캡처)
벅셔해서웨이 시가총액 추이(사진=FT캡처)
이로써 미국 증시 상장 기업 중 시총이 1조달러를 넘는 기업은 모두 8곳으로 늘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업체인 사우디 아람코를 제외하면 나머지(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벅셔해서웨이)는 모두 미국 기업이다. 그중 벅셔해서웨이는 유일한 비(非) 빅테크 기업이라 의미가 크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 목록(사진=FT 캡처)
미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 목록(사진=FT 캡처)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본사를 둔 벅셔해서웨이는 보험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철도, 제조업, 금융업, 소비재 브랜드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복합기업이다. 애플 지분을 상당액 보유한 것을 제외하면 투자 및 사업 영역 대부분이 ‘구(舊)경제’를 대변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60년간 버핏 회장에 의해 미국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는 강력한 기업으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월가에서는 벅셔해서웨이가 버핏의 투자 원칙하에 일관된 접근 방식을 고수한 덕분에 꾸준히 상승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버핏은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고, 가치투자를 통해 복리의 법칙이 작용하도록 투자한다. 버핏 선호 주식으로 알려진 코카콜라(1988년), 아메리칸익스프레스(1993년), 무디스(2000년) 등에 30년 가까이 투자했다.

○지분 대량 매도…현금 보유 사상 최대

일각에서는 몸집이 불어난 벅셔해서웨이가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최근 벅셔해서웨이가 현금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은 결국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말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5년 만에 처음으로 매각했고, 애플은 상반기 중에 보유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벅셔해서웨이의 현금 및 단기국채 보유액은 1분기 말 1890억 달러(약 253조원)에서 2분기 말 2769억 달러(약 370조원)로 47.6% 급증했다. 지난 5월 진행한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 회장은 왜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마음에 드는 투구에만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답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버핏이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고 기존 보유 지분을 연이어 매각하자, 시장에서는 버핏이 증시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NBC는 “버핏은 ‘마켓 타이밍(매매 시점 선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면서도 “일부 추종자들에게 버핏의 매도는 시장 상황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UBS는 최근 벅셔해서웨이의 올해와 내년 실적 추정치를 높이면서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훨씬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벅셔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보험 회사들이 팬데믹 이후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다. A클래스의 목표주가를 75만9000달러로 상향해 현재 수준에서 약 9%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