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한국은행이 서울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에 '지역 비례 선발제' 도입을 제안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 성적 이외의 요소를 고려한 선발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많다. 일각에선 "한은부터 지역 비례로 직원을 뽑으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서울대에서 연 공동 심포지움에서 이같은 질문이 나오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한은 직원 비례선발제'에 대해 답변했다. 이 총재는 "한은도 같은 학교 출신만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지방 아이들이 서울로 오기 때문에 서울에서 뽑으면 지역 안배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 문제라기보다는 서울에 있는 학교 문제"라며 이같이 답했다.

실제 한은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 출신 비율이 극도로 높은 조직이다. 고위 간부로 갈수록 심한데, 금통위원 6명과 간부 5명 중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이 7명, 연세대 상대 출신이 3명이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은 현재 지역본부 인원을 보충할 때 지역 출신을 많이 뽑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은은 서울 중구에 있는 본부와 강남구에 있는 강남지역본부를 제외하고 전국에 15개 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본부 대구경북본부 목포본부 광주전남본부 전북본부 대전세종충남본부 충북본부 강원본부 인천본부 제주본부 경기본부 경남본부 강릉본부 울산본부 포항본부 등이다.

1년에 한번 대규모로 선발하는 종합기획직원(G5) 선발시에도 지역전문 직렬을 채용한다. 올해는 91명 내외를 선발하면서 약 7명을 지역전문 직렬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 총재는 "(별도 직렬이 아니라) 정시로 뽑는 기준에도 (지역을) 반영할 것인지는 공감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역본부에 있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데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초에는 지역본부로 입사한 직원이 본부로 와 승진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었지만 이 총재 부임 후 이같은 경직적인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기조발제를 한 정민수 지역연구지원팀장이 대표적 케이스다. 정 팀장은 주로 부산과 울산 등 지역본부에서 근무했지만 이 총재 취임 후 본부로 전입해 지난해 팀장 보직을 맡았다.

이 총재는 '사회적 공감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점수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이 많다. (다른 것은) 부정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완전 블라인드로 해서 성적순으로 해야한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서울로 모두 모이고 입시로 인해 지옥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나쁜 균형에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꼭 점수 순이 아니더라도 뽑는 사람에게 자율성을 주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에 공감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은의 지역 비례 선발에 대해서도 "성적순으로 뽑지 않았다고 감사원에서 감사가 들어온다든지 하게되면 하지말자는 분위기가 더 많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