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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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39)가 온라인 성범죄 등 각종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프랑스에서 28일(현지시간) 예비 기소됐다. 두로프는 다만 출국금지 명령과 함께 보석금 500만 유로(약 74억원)의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을 허가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씩 경찰서에 출석해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로프가 성범죄와 마약, 범죄 조직의 불법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관리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예비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예비기소란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리는 처분이다. 예비기소된 피의자는 혐의를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한 수사판사의 조사 뒤 본기소 여부를 판단 받는다. 본기소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0년 징역과 50만유로(약 7억4000만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사법 당국은 두로프에게 미성년자 성범죄와 마약 밀매 사기 등 범죄 조직의 불법 거래 등과 관련한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자금 세탁 및 범죄자들에게 암호화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결국은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와 관련한 프랑스 수사 당국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해 '당국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혐의'를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리 검찰의 로레 베쿠아 검사는 “사법부의 협조 요청에 텔레그램이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두로프에 대한 예비기소는 소셜미디어(SNS) CEO가 해당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요구받을 수 있단 점을 의미해 파장이 주목된다. 두로프의 변호사인 다비드 올리비에 카민스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소셜 네트워크의 수장이 자신과 관련이 없는 범죄 행위에 공모했다고 취급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두로프에 대한 사법 당국의 수사는 지난 2월 시작됐다.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텔레그램의 응답이 없자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두로프는 지난 24일 저녁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 전용기를 타고 내렸다가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 소련 시절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2021년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시민권을 취득했다.

2013년 두로프 형제가 창업한 텔레그램은 철저한 암호화·익명화로 비밀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앞세워 세계적인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검열이 심한 일부 지역에서 뉴스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며 언론 자유의 보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마약 및 해킹 소프트웨어, 성 착취물 유포와 테러 조직 등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